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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V 활동/대학별 릴레이글

큐브 릴레이 연재 8월호 - 한양대학교 편

안녕하세요 한양대학교 성적소수자동아리 하이퀴어 대표 호년이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큐브 릴레이를 하게되서.. 참 어떤 주제로 할까 고민했었는데! 커밍아웃에 관한 주제랑 이쪽썰에 관한 주제로 글을 모아봤습니다. 참여가 저조한 관계로 글이 좀 허접하지만 이쁘게봐주세요 *^^*


제가 사실 아직 20살인데 대학교 대표가 되었어요..하하 그만큼 이쪽생활을 짧게한것도 아니고 되게 많은 사람들을 알게되었는데 사실 일반친구들도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많이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뭐어때 하는반응이지만 커밍아웃 할 당시 속내가 어떠했는지 궁금해서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친구 A

떡벌어진 어깨, 여자들이 혹하는 180이상의 큰 키, 눈웃음이 매력적인 준수한 외모를 가진 내 친구는 곰같은 매력이 넘치는 친구입니다. 만나서 친구먹은지는 아직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특유의 넉살과 남을 잘 챙겨주는 세심함에서 좋은사람 이라는 것을 느꼈고, 서로 고민이 있을 때 술 한잔 씩 주고 받으며 얘길 나누며 평생갈 친구가 생겼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이성친구인 덕분에 연애 상담을 할 때는 서로 애인의 입장에서 내가 모르는 남자의 속마음, 그 친구가 모르는 여자의 속마음을 얘기해 주며 남녀간 생각의 차이를 좁히려 노력했습니다.

여느때처럼 카페에 앉아 서로 연애고민상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여자의 입장에서 조언을 해주고 있었을 때 , 친구가 갑작스럽게 '근데 내 애인이 남자야' 라고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에 당황해  3초간 정적이었지만, 그 이후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지금까지 여자입장에서 연애조언을 해줬었는데 별 소용이 없었겠구나 이런' 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예전에 인터넷으로 동성애자가 쓴 글을 보며 만약 내 주위사람이 동성애자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적은 있었지만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내 친구가 동성애자라니! 말도안돼!'  라며  충격에 휩싸이거나 하는 반응은 없었습니다. 무방비하게 들은 폭탄 발언이었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였고,당연하다는 듯이 여자친구를 전제로 조언을 했기에 그 친구에게 맞지 않는 조언을 했고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하게 생각했습니다.

이후에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친구가 성 정체성을 알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세심한 성격에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느꼈고, 어린나이에 고민이 많았을 친구를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처받을 용기를 가지고 제게 이야기를 해주었다는게 정말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아직은 동성애에 개방적이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동아리 장도 맡고, 관련된 활동을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그 친구만이 가질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습니다. 그 친구가 동성애자이던,이성애자이던간에 고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털어놓을 수 있고 또 가장 좋은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제 친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항상 응원할게💕


후배 B

처음 그얘길들었을땐 이게 뭔 개소린가했는데 계속듣다보니 진실임을알수있었어요그리고...그순간에는 내가 여자들을 음흉한시선으로 바라보는것처럼 이 형도 나를음흉한시선으로바라볼까?라는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ㅋㅋ같이있다보니까 난 남자에게도 매력이 없는 애라는걸 깨달앗죠..ㅠ 진짜 처음 그소리들었을땐 충격이었어요 그당시엔 게이라는게 다장난인줄만알았죠ㅋㅋ그리고 좀 시간이 지나고나서는 이런 고백을 하고있는 형이 대단해보였어요 게이가 어떻게보면 사회적으로 안좋은인식을 가지고있는게 사실인데 자신있게 주변상황에개의치않고자신의가치관을 분명히드러내는 모습이 좀 멋졌어요 그러면서 이후에는 그런 편견이 좀 사라진것같아요


네 저는 이렇게 주변 사람들의 응원속에서 살고있습니다😙

다음은 동아리 부원들에게 기억에남았던 이쪽 썰에대해서 물어보았는데 이렇게 답변 해주셨어요 ㅎㅎ 여러분들은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동아리원A

특별하거나 재밌는 건 아닌데 기억에 남는 건 내가 진단서를 떼러 갔을 때 의사가 나한테 대학생이면 어디학교에서 뭐 전공하냐고 물어봤던 거 그때 처음으로 살면서 공부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 ㅋㅋㅋ 이거 익명이지?그니깐 그 의사가 내가 성전환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기 위해 나의 학력을 확인했다는거야

마치 내 학력이 높기 때문에 내가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하는 것에설득력을 얻었다는거지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동아리원B

얼마전, 외부 동아리에 나간지 몇 주 되지 않았을 무렵에 동아리에서 엠티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직 사람들과 친하지 않아 이 기회에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엠티를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엠티날이 되어 재밌게 놀던 도중, 왠지 모르게 게이더가 돌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끼가 많아서 게이더가 돈다기 보다는 왜인지 모르게 게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밤이 되고 사람들이 슬슬 잠을 자기 시작하자 몇 명 남지 않아 더이상 술을 먹지 않고 노래를 들으며 수다를 떠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평소에 핸드폰 구경을 좋아해 그 형의 핸드폰을 보며 기종 등에 대해 물으며 깔려있는 폰게임같은 것들을 구경하고 있던 와중에, 진동이 울리고 어디선가 많이 본 어플 알림이 떴습니다. 당황하지 않고 곧 돌려주었지만 이쪽이란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엠티가 끝나갈 무렵, 사람이 적을 때에 그 형의 번호를 받아서 돌아오는 길에 카톡을 주고 받기 시작했습니다. 프로필 사진 얘기에서 시작한 대화는 여러 주제로 이어지게 되었고, 저는 저도 커밍아웃을 할 작정으로 슬슬 떠보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친구가 있냐는 그 형의 물음에 애인이 없다고 대답을 하고, 그 형에게도 (여자친구 있냐는 질문이 아닌) 애인이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리그오브레전드 얘기를 하는 와중에도 그 형이 자신이 탑신병자(탑 라인만 가는 사람)라고 하자 장난스레 '맨날 탑만 가네. 바텀도 가끔 해야지'라는 식의 농담도 던졌습니다. 그 형은 매우 당황을 하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와중에 진담반농담반으로 내일 만날래?라고 물어본 말이 씨가 되어 게이트아닌 게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만나서 놀고 밥도 먹고 간단히 술도 먹는 와중에도 전혀 이쪽에 대한 얘기는 서로 꺼내지 않았습니다. 내심 답답했던 저는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잠시 그 형의 핸드폰을 달라고 한 후 세상물정모르는 얼굴로 이쪽 앱을 보여주며 이 앱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당황하며 지워야 되는 걸 까먹고 있었다고 대답한 그 형은 근데 너도 그렇지 않냐고 물었고 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이후로 카톡으로 얘기를 하며 서로 신기해하고 서로 자신의 게이더에 대해 뿌듯해하게(?) 되었습니다.

엠티에서 거의 처음 만나 빠르게 친해지고 서로 커밍아웃(아웃팅인가..)을 한 이후에는 더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보지는 않겠지만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에서 밝게 받아들여 주고 갑작스런 게이트 신청에도 흔쾌히 수락해 서로에 대해 더욱 많이 알 수 있게 해주어 고맙고 사...사...... 살아있긴 하련지


동아리원C

2014년 여름, 열다섯번째 퀴어 퍼레이드에서 우린 땡볕에서 혐오세력과 대치를 했고 결국 저녁에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무지개 깃발이 휘날리는 트럭 뒤에 붙어 신촌 일대 거리를 행진하는데 생각치도 못한 경험을 했다

우릴 향해 힘내라며 말해준 횡단보도 앞 일반 커플부터 시작해서 버스 정류장에서 환호해준 사람들, 그리고 일부러 차창을 내려 손을 흔들어준 사람들, 행진 루트에 있던 행인들과의 하이파이브까지 여러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내 존재를 알릴 수 있었던 날이었다. 그 순간엔 정말 행복했었다


네 이렇게 답변을해주셨어요!ㅋㅋㅋ 동아리원들이 서툰 글쏨씨로 얘기를 해주셨는데 재미있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ㅎㅎ..


이상 한양대학교 성적소수자동아리 하이퀴어였습니다!! 재미있게봐주셔서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