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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성명] 성소수자에게도 복무할 권리를

성소수자에게도 복무할 권리를

육군본부는 22일 성확정 수술을 받은 부사관 변희수 하사에 대한 전역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결정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육군본부에게 전역심사위원회 회부를 법원의 성별 정정 결정 이후로 미루라는 긴급구제 권고를 무시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육군본부는 현역복무 중 성확정자에 대한 규정이 없고 해당 사안에 대해 인권위의 권고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안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과정을 거쳐 성확정 군인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육군본부의 고민 없는 행동으로 성소수자 군인 복무와 관련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전역 처분 결정 이후 변희수 하사는 기자회견에서 “성별 정체성을 떠나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발언, 군복무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러나 국방부는 단지 변희수 하사의 성정체성이 장애가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동안 군대에서 열심히 복무하고 있던 군인 한 명을 내쫓았다. 이는 2020년에도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 국군의 성소수자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군 당국은 성소수자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해당 군인들을 차별해왔다.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하기 위한 수사, 군형법 제92조의 6으로 인하여 옷을 벗어야 했던 군인들, 성적지향을 교정해야 한다며 성폭행에 시달린 군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들 중에서는 여전히 군대에 복무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군 당국은 배척이 아니라 이들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군대를 바꾸어 나가는 것을 고민했어야 했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는 군 당국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없는 행동들과 차별 가득한 시선이 여전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이런 상황은 이제 끝나야만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성소수자 친구들이 눈물겨운 군복무를 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들이 원하는대로 당당하게 군에서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시작은 변희수 하사가 다시 군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군 당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유감을 표명하며, 용기있는 결정을 한 변희수 하사에게 강한 연대의 의사를 보낸다. 
 
2020년 1월 23일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