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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성명] 혐오가 대학에 발붙일 곳은 없다.

혐오가 대학에 발붙일 곳은 없다.

 

130,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한동대 교내에서 페미니즘 및 성소수자 관련 강연을 열였다는 이유로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한동대학교 학생들에 대하여 징계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는 혐오를 위해 한동대학교 측에서 무리하게 내린 징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써 당연히 나와야 할 판결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고, 해당 판결을 얻어 낸 한동대학교 학생 일동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한동대학교는 지난 20180222일 학생들이 연 페미니즘 및 성소수자 관련 강연이 건학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무기정학 등의 높은 수위의 징계를 부과했다. 하지만 지금 대학가에서 관련 의제는 아무런 제재 없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특정 정체성에 대한 혐오에 비롯된 것으로 파악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해당 징계를 통해 학문의 중심을 잡아야 하고, 공적 교육 영역에 있어 차별을 지양해야 할 대학들이 스스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우려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대학은 다양한 학내 구성원이 자신의 다양한 정체성을 탐구하고 이야기하는 자유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동대학교의 징계처분은 대학을 혐오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는 더 다양한 성소수자 등이 하나의 당당한 주체로 인정받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도 어긋나는 일이며, 대학 구성원을 선별해서 대우하겠다는 차별적인 발상의 결과다. 한동대학교는 이에 항변하며 자신들의 건학이념에 대해서 말하고는 한다. 그러나 그것이 세계인권선언, 대한민국 헌법 등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뛰어 넘을 수는 없다.

 

그동안 개신교계 종립대학들은 여러 이유로 성소수자와 페미니즘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이 때문에 대학 내 성소수자 구성원들이 학내 행사 개최를 허가받지 못하거나, 부당 징계를 받는 등의 고난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시대는 분명 변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종립대학들의 차별적 행태가 잘못된 것이라는 시정 권고를 이미 내린 바 있으며, 이번에는 법원에서 한동대학교가 혐오에 기반하여 행한 징계와 학생 탄압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제 대학들은 대학 공간에서 혐오가 발붙일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다시 한 번 법원의 상식적인 판결을 환영하며, 한동대학교 본부가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부당 징계 피해 학생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실질적인 구제 조치를 이행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바로잡기를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아래와 같이 판결문 내용을 인용하며 논평을 마친다.

 

"대학의 자율성은 민주주의 법질서에 위반되지 않아야 하고 자기목적적인 것이 아니라 학문의 자유 및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인정되는 것인 점, 학교는 공공성을 가지며, 학교교육은 학생의 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중략) 이러한 요건 및 한계를 일탈한 징계권의 행사는 위법하다.“

2020131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