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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논평] 조국은 어떤 청년들에게 사과했나?

조국은 어떤 청년들에게 사과했나?

9월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하 조국)는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는 법적 판단 대상이 아니며 동성혼은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군대 내 동성애는 영내외 여부를 세부적으로 따져야 하고, 영내 동성애는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하고, 영외 동성애 처벌은 과하다”고 말했다. 조국은 과거에 성소수자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밝혔으며, 자신의 논문을 통해서는 일명 ‘동성애처벌법’인 군형법제92조의6을 폐지해야 한다고 명료하게 주장한 바 있다. 이렇듯 스스로가 스스로를 반박하고 있으니 구태여 자세히 논박할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는 조국이 사과했던 ‘청년들’에 관하여 다시 묻고자 한다.

조국은 장관 후보자가 된 뒤 제기된 여러 의혹에 관해 ‘불법은 없었다’는 식으로 모든 의혹을 부인했지만, 유독 한 가지 주제는 인정하고 사과했다. “청년들이 느껴왔을 빈부 격차, 기회의 불공정성, 상대적 박탈감에 관련한 상처에 사과한다”는 것이다. 조국은 인사청문회가 국회의 정쟁으로 열리지 않아 스스로 열었던 기자간담회에서도, 9월 6일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청년들에게 거듭 사과했다. 그는 그것이 ‘어른 지성인’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조국이 사과한 청년들은 누구일까? 오히려 성소수자 청년들은 조국의 발언을 통해 또 한 번 2등 시민으로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조국 스스로는 아끼는 자식을 둔 중년 기혼자이면서 청년 동성 동반자들이 당연히 가지고 꿈꿀 수 있는 혼인권은 ‘시기상조’라며 농락했고, 청년 성소수자들이 직면하게 되는 군대 문제에 관해서는 동성애를 직접 문제 삼아 군 내 동성애자와 성소수자 집단을 색출·처벌할 수 있는 군형법제92조의6 조항을 강화·존속해야 한다며 과거의 법 폐지 입장을 굳이 번복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청년은 누구인 것일까? 조국이 “시기상조”라고 언급한 동성혼이 안 되어서 의료, 주거 등 법률이나 제도에서부터 관계를 인정받지 못해 큰 박탈감과 상심을 감내하고 사는 청년 동성커플이나, 또 조국이 “일부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군형법제92조의6에 의해 부당하게 색출·처벌당해 진급하지 못하고 전역해 직장을 잃게 되었던 청년 군인은 조국이 말하는 ‘청년’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 조국이 말하는 청년에는 성소수자는 없는 것인가? 기독교 대학에서 퇴학당할까 숨죽이는 성소수자는?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노심초사 하는 초년기 직장인 성소수자는? 그들이 겪는 불공정함은 공정성의 문제가 아닌가?

청년들을 위한 기회의 공정성을 위해 노력하겠단 조국의 사과가 한 없이 우습다. 우리는 같은 선상에 있지 않다. 조국은 성소수자 차별적인 법·정책을 존속하거나 강화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청년 성소수자들이 사회에서 공정한 기회를 갖기 더 어렵도록 만들었다. 이는 기회의 공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도 청년 정책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는 애를 쓰고 지워내려 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별 차별금지법을 확장하는 방향을 고려중이라는 말도 성소수자 의제를 피해가려는 마찬가지의 꼼수다. 청년이 겪는 격차는 복합적인 격차이며, 차별도 단일한 차별 사유로는 규명할 수 없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후퇴 발언을 철회하고,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망발도 철회하라. 민주주의를 중요시 하는 조 후보자가 더 이상 바닥을 보이지 말 것을 촉구한다.

2019년 9월 7일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