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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덕성여대 비비 성명] 인천퀴어문화축제의 폭력사태를 일으킨 혐오세력과, 이를 야기한 인천 동구청, 방관한 경찰을 규탄하며

[덕성여대 비비 성명] 인천퀴어문화축제의 폭력사태를 일으킨 혐오세력과, 이를 야기한 인천 동구청,

방관한 경찰을 규탄하며

2018년 9월 8일(토) 제 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던 날, 축제에 참여한 성소수자 당사자, 알라이는 거대한 혐오세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닥뜨려야 했다. 혐오세력은 축제 전날부터 동인천 북광장을 점거하며 광장 안으로 진입하려는 축제 차량과 축제 진행자들을 가로막았다.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9시가 훌쩍 넘은 시간까지 혐오세력은 축제에 참가한 성소수자 당사자와 알라이를 에워싸며 장시간 사람들을 고립시켰다. 이 과정에서 혐오세력은 당사자와 알라이의 머리카락을 뜯고, 옷을 찢고, 마구잡이로 몸통과 주먹을 날리고, 목을 조르며, 물건을 뺏고, 깃대를 부러뜨리며, 휠체어에 발을 걸거나 밀치고, 각종 조롱 및 강간 위협을 하는 등 폭력을 가했다. 무지개로 가득해야 했던 동인천 북광장은 그들이 들고 온 “사랑하니까 반대한다”, ...“교회로 돌아오라”, “동성애하면 지옥간다”는 플랜 카드로 가득 찼다. 혐오세력 중 일부는 광장 펜스, 인근 건물 옥상 등에 서서 카메라를 들고는 당당히 사진과 실시간 영상을 찍었다. 타인의 동의 없이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를 찍는 것은 징역 및 벌금형을 물 수 있는 범법행위임에도, 그들은 “왜 너희를 찍으면 안 되냐”, “떳떳하면 얼굴을 보여라”라는 황당한 말을 내뱉었다.

축제 장소에 있던 경찰은 “한 시간 뒤에 광장을 정리해 주겠다”, “통로는 우리가 확보해 주겠다”라는 약속을 한 채, 광장에 버티고 선 불법 집회자들(혐오세력)을 연행하거나 해산시키려 하지 않았다. 현장의 경찰들이 지속적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자 당사자들은 직접 112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미적미적 불법 집회자를 한 명씩 데리고 나올 뿐이었다. 비비 운영진이 현장에서 사람들이 밀쳐지는 것을 보고 경찰 간부로 보이는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외칠 때, 경찰 간부는 “(축제 참여자들이) 우리에게 협조해주지 않는데 뭘 해줄 수 있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중얼거리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축제에 참가한 십대 청소년들이 선 곳 앞에 정차된 버스는 혐오세력이 밀어 부치는 완력으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흔들리기도 했다. 분명 경찰이 퀴어문화축제 측에 안전을 보장하고 병력을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혐오세력의 수는 빠지지 않은 채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이와 같은 폭력사태가 일어나게 된 배경에는 축제가 있기 한 달 전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 부당 행정명령을 내린, 인천 동구청이 있다. 동구청에서는 축제 조직위원회에 하루 만에 보안인원을 2~300명 보강하고, 단체의 실존증빙자료, 주차장 100면 계약 및 계약서 제출을 하라는 사실상 실행 불가능한 요구를 가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기존에 기획한 축제 날(9/8, 토요일)에 축제를 열기 위하여 여러 단체에게 연대 서명을 받고,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심판을 요구하는 등 어렵고 힘든 싸움을 거쳐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축제 당일이 되자, 동인천 북광장은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한다며 시위를 하는 혐오세력으로 물들었다. 윗선의 눈치를 보는 경찰들은 사람들이 긁혀서 피가 나고, 붙잡히고, 주먹이나 몸통에 맞아 멍이 드는 데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 바람에 성소수자가 단 하루 자신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세상에 자신을 알리는 퀴어문화축제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덕성여대 비비를 포함하여 축제에 참여한 단체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광장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계획했던 축제를 진행했다. 우리는 가지고 있던 홍보지, 명함, 스티커 등을 나누어주며 사방에서 날라오는 언어와 물리적 폭력 앞에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계속해 알렸다. 많은 퀴어 당사자들과 알라이들이 주변에 쓰러진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고, 가지고 있던 물을 나누어주며, 울고 있는 사람들의 등을 다독였다. 우리는 그 날 우리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혐오세력 앞에서 진정한 의미의 정의, 존중과 사랑을 실천했다. 혐오는 결코 우리를 꺾을 수 없었고, 강요와 폭력 속에 우리는 더욱 단단해졌다. 언론은 ‘실패’, ‘무산’ 과 같은 단어들로 축제 속에서 우리가 보인 진정한 성공을 지우려 한다. 하지만 제 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는 결코 실패하거나 무산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를 믿고 나아갔기에 성공했고, 내년과 내후년,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질 무지개의 행렬 속에서 변화를 희망했기에 성공했다.

덕성여자대학교 청년성소수자모임 비비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