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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QUV 부의장 발언문] EBS <까칠남녀> 은하선 작가 하차통보 철회 촉구 여성, 성소수자, 언론, 교육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EBS는 은하선 작가의 하차통보를 즉각 철회하라! - 기자 회견

안녕하십니까,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 부의장 연지현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성소수자를 주제로 다루는 더 많은 방송이 필요합니다.  마치 주류적인 한국 방송에서는 성소수자가 없는 것처럼 

그 삶을 재현하려는 시도조차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성애 코드/트랜스 코드 등 한국의 확고한 성적 규범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난 존재가 방송을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나기라도 하면 "우리의 존재가 조금이라도 가시화된 것일까?" 하며 설레고, 작은 분량이더라도 몇 번이나 방송을 돌려보며 응원하는 성소수자들이 많은 것입니다. 


이번 까칠남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인 동시에 양성애자라고, 그리고 동성의 파트너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당당히 밝힌 은하선씨의 존재는, 당연히 방송인 개인이 성소수자들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우리 한국에 소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반대로 EBS에게도, 온갖 악의적인 시선들 속에서도 당당하게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하여 직접 속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말해온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방송 하차 통보라니요. 어이가 없습니다.


참 앞뒤가 안 맞습니다. 퀴어문화축제 후원번호를 게시한 것이 잘못이 있더라도 꼭 짚어야 하는 것은 그 번호로 인해 의도와 다르게 후원하게 된 사람들은 은하선씨에게 전화테러를 가하려고 시도한 사람들입니다. 그 일은 은하선씨가 하차해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방송 외부적으로 많은 차별과 공격을 받고 있었다는 증거로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책임감 있는 언론이라면 그런 환경으로부터 은하선씨를 최대한 보호해야 하는 게 맞는 겁니다. 방송 출연을 더 하지 못할 결격 사유가 있었다는 변명은 사실 이제는 좀 지겹습니다. 도의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숱한 연예인들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번 결정은 그저 부담스러운 성소수자 쳐내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명백한 방송가의 성소수자 탄압입니다. EBS는 이번 결정을 반드시 사과해야 합니다. EBS는 사회에 성소수자 차별을 다시 학습하도록 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성소수자 특집 방송 이후, 댓글에서는 “성소수자, 특별하지 않은 거 알겠어. 근데 왜 굳이 커밍아웃하고 특별히 다뤄지려고 해?” 라는 반응이 종종 보이곤 합니다. 커밍아웃이 특별한 것이 되는 이유는 그 존재가 유별나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이 유별나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홍석천씨가 불이익을 받았던 일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상이 내려졌던 저희 큐브 활동가 강동희씨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성소수자로서 드러났을 때 부당한 차별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드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성소수자 특집 편에서도 출연하셨던 김보미씨가 2015년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에 레즈비언으로서 커밍아웃하고 당선되고 나서, 김보미씨는 단순히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동성애 독재자”라는 팻말을 든 일인시위를 학교를 지나치며 봐야만 했었습니다. 지금도 네이버 기사들을 찾으면 레즈비언이 총학생회장이라니 라며 분개하는 보수 개신교원의 칼럼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보미씨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더 시끄럽게 떠들어야 해!” 특별한 것이 특별한 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에겐 성소수자를 다루는 더 많은 방송들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로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은하선님께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일동을 대표하여 위로의 말씀드리고, 앞으로도 연대하겠다는 말씀을 전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