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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성명] 무지와 편견, 그 자체가 대학 성소수자 중앙동아리가 필요한 이유다.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대학 중앙동아리 선발과정에 변화를 촉구하며

무지와 편견, 그 자체가 대학 성소수자 중앙동아리가 필요한 이유다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대학 중앙동아리 선발과정에 변화를 촉구하며

 

 

320, 충남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RAVE가 가동아리(중앙동아리) 신규 등록에 실패했다. 1차 투표는 총8표 중 반대7, 긴급 운영회의 후 2차 투표에서는 총8표 중 반대5표를 받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대마다의 구체적 사유는 알 수 없으나, 동아리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에는 동아리 활동 중에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개선이라는 활동이 있는데 (심의를 보는) 우리도 아직 인식이 개선되지 않았다. 가동아리 등록은 어려울 것 같다”, “(회원 수 요건이 충족됐더라도) 성소수자의 특성 상 실제 활동인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한 성소수자 인권을 강요하는 것인지 우려된다”, “발생할 수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갈등과 문제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다”, “충남대학교에서 아직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지 않았고, 끌어올리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등이 심의의 주요내용이었다. 악의적이었는가의 여부와는 별개로, 전반적인 반대사유는 차별적인 사회 인식을 이유로 성소수자를 공동체에서 거부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볼 수 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런 일은 대학 성소수자 모임들에게 전혀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건국대학교 Cue the Felix2016년 중앙동아리 등록을 시도했으나 떨어지고 1년이 지난 2017년에 마침내 중앙동아리가 되는데 성공했다. 첫 번째 동아리 등록 때 술이나 먹고 노는 문란한 동아리로 몰렸고, 학교 익명게시판에는 관련해서 똥꼬충들은 죽창으로 똥꼬를 찔러죽이자식으로 혐오발언들이 나왔다. 성소수자 동아리가 중앙동아리 신청을 했는데 회원들끼리 모여서 잘 노는 것이 문제가 되었고, 성소수자임을 이유로 신변의 위협을 받았다. 같은 해 성공회대학교 RaIN도 몇 번을 거친 재심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동성애혐오적인 발언들 속에서 중앙동아리 등록에 실패했다. 현재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에 연대하는 성소수자모임들 중 중앙동아리나 단과대동아리에 해당하는 11개모임 모두 비슷한 경험과 고민들을 겪은 바 있다. 현재 중앙동아리화를 고민하는 모임들이 많지만 성소수자 차별적인 대학 환경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고 주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어려움은 성소수자 동아리들로 하여금 소속대학의 중앙동아리로서 활동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성소수자 동아리가 학생자치기구의 일원으로 합류하는 일 자체가 주위 환경을 변화시킨다. 성소수자들과 그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스스로를 가시화하고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의식이 낮은 것은 성소수자 중앙동아리가 필요한 이유지, 학생 자치기구 성원으로서 배격할 이유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런 성원권 배제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차별이다. 성소수자 동아리는 차별적인 사회적 인식과 무관하게 공정히 자격을 심사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심사 과정에서는 성소수자 중앙동아리 인준이 학내에 숨어있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과 정치적 상징성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 학교에도 이런 동아리가!” 라는 인식은 생각보다 크게 대학 환경에 균열을 만들고 변화를 가져온다. 이런 환경의 변화가 또 성소수자 동아리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등 선순환이 일면서 변화는 가속화되는 것이다.

 

대학의 학생사회가 더 견고하게 이어지길 바란다. 대학의 학생자치권이 날이 갈수록 더 무시당하고 위협받는 형국에서 학생사회가 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은 스스로 역량을 떨어뜨리고 고립을 자초하는 행위일 뿐이다. 한국의 대학생사회가 과거에 비해 역동성을 잃은 것은 다양한 사회적 배경도 있지만 위계적인 폭력성을 띠고 자율성과 다양성을 배제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학생사회는 변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변화의 길에 서있다. 계원예대에서, 고려대학교에서, 서울대학교에서, 성공회대학교에서, 연세대학교에서, KAIST에서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대표자들이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하고 학생사회의 대표자로 당선되었다. 나라는 무너지지 않았다. 사회적 인식 때문에 대학이 망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사회적 인식이라는 미신적 공포로부터 해방될 때가 왔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는 언제나 그 해방과 변화에 함께 할 것이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대학의 구성원들이 변화에 동참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2018323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