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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QUV 의장 발언문] 국가 수준의 학교성교육표준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08월 30일, <국가 수준의 학교성교육표준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QUV도 참여했습니다. 의장의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안녕하십니까 57대학 65개 성소수자 모임 연대의 큐브 의장 원지원입니다.

저는 초중고 학창시절 단 한 번도 제대로 제 신체에 대해, 저의 성 욕구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자기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던 학창시절에 학교가 알려준 성교육 안에는 우리들, 즉 성소수자에 대한 얘기는 없었습니다. 세상에 동성애자나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마냥 이 세상을 이해하는 대학생들도 부지기수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학교에 처음 입학한 남성 학생들은 여성의 신체 구조나 월경, 성적 쾌락에 대해서 어떤 이해도 없습니다. 공교육을 경험한 대학생들 모두가 공감할 것입니다 현재 대학을 다니는 전반의 학생들도 마찬가지이고, 심지어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이 다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사회로 진출하는 청년들 모두 본인의 성이나 성욕, 그리고 타인과 성관계를 맺는 모든 과정을 개인의 단편적인 경험과 검증되지 않은 매체에 의존해서 학습하게 되어 있습니다. 왜 반성폭력 교육을 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또는 성소수자 동아리들이 앞장 서서 교육안을 만들고 학생 사회에 제안하는 모습이 되었을까요? 이것은 결국 공교육이 성에 대해 아무 것도 가르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야기는 다른 단위에서 더 깊이 다뤄주실 거라고 생각하고, 저는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의 의장으로서 딱 두 부분을 짚고 싶습니다.

첫 번째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에 대한 고민은 모든 인간이 가져야 할 것이며, 성소수자를 위해서만 유효한 고민이 아닙니다. 나의 신체와 인식되는 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욕구를 긍정할 수 있는 지성적 힘은 모든 인간에게 필요합니다. 따라서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등을 삭제함으로써 마치 성적 고민이 일부 학생들에게만 발생하거나 필요할 것이라는 전제는 매우 잘못됐습니다.

성교육표준안에서는 성별정체성과 성역할은 일치해야, 즉 남자면 나는 남자다 라고, 여자면 나는 여자다 라고 말할 수 있어야 건강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남성은 남성스럽고 여성은 여성스러운 것이 건강한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을 규정해놓고 그에 부합해야만 건강한 사람이라고 기술한 이 부분은 성차별적일 뿐 아니라 인간 개인의 행위 양식을 억압하는 반자유적, 반헌법적 주장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온전히 자유로운 시민이기 위해서는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에 대한 폭넓으면서도 제대로 된 이해를 국가의 교육으로 모든 이에게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 성교육 표준안은 성교육과 전혀 상관없는 비전문가 단체인 수많은 종교단체들로부터 성경에 기초한 비과학적인 비난 때문에 상당 부분 수정되었고, 동성애 지도는 불법이라고까지 교육자들에게 연수하고 있습니다. 성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있어서 참고문헌이 성경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기독교 단체들, 또는 성에 대한 전문가 단체라고는 볼 수 없는 집단들의 도덕윤리에 관한 의견을 수용했습니다. 성을 추상적인 도덕관념으로 가르치려는 시도들을 수용한 이 결과로, 성교육은 우리의 신체와 그로 인한 욕망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해소할 것인지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성은 어떤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우리의 신체와 신체의 욕망들을 이해하는 중요한 매개로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성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성의 자유로움이나 즐거움 등 긍정적 이해를 먼저 학습하도록 해야합니다! 성의 수치스러움을 먼저 가르치는 교육. 모두 엎어져야 합니다! 정부는 당장 현재 국가 수준의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하고 색다른 성교육을 보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