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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QUV 성명] "기독교 정신"에 숨지 말지어다. <마이 페어 웨딩>의 상영을 허하라!



[성명]
“기독교 정신”에 숨지 말지어다. <마이 페어 웨딩>의 상영을 허하라!


2015년 11월 초순,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유례없는 ‘A매치’ 주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후보자가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했고, 국제연합 자유권규약위원회는 9년 만에 한국을 심의하면서 한국 성소수자 인권상황에 대한 강경한 권고를 내렸다. 11월 10일은 많은 성소수자 행사가 예정된 ‘빅매치’ 날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함께 진행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의 늦은 발표회가 있다. 숭실대학교에서는 제1회 인권영화제의 일환으로 결혼 2주년을 맞은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와 함께 하는 영화 <마이 페어 웨딩> 상영회가 예정되어 있다. 몸이 두 개라도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의, 무지개로 풍성한 날이다. 그런데 별안간 무슨 날벼락인지.

숭실대학교 학생처장은 <마이 페어 웨딩> 상영회가 만 하루 남은 금일 오전 네 줄 짜리 공문으로 일방적인 상영회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초대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귀찮은 전화가 쇄도한 모양이다. 대관 취소의 근거는 “우리 대학의 설립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후라도 설립이념과 정체성에 반하는 일체의 행사는 허가할 수 없”다는 엄포도 잊지 않았다.

숭실대학교 학생처의 공문에 따르면, 성소수자들의 사랑과 이들이 형성한 진실한 관계는 “기독교 정신”에 의해 용납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인권의 정신 또한 “기독교 정신”과 배치된다. 그리하여 성소수자의 사랑과 평등의 이념은 숭실대학교 학내에서 자리할 곳이 없으며, “차후라도 일체 허가할 수 없”다. 반면 이미 대관된 행사를 하루 전 취소하는 것은 “기독교 정신”에 부합한다. 타인의 존재를 말살하라는 부당한 요구에 굽히는 것이 그 “기독교 정신”의 내용이다. 이 어찌나 오만한 단언인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아는 “기독교 정신”은 섣불리 단죄하지 않는 사랑을 말한다. 타인의 상처를 자신의 것처럼 보듬는 기독인 형제자매를 우리는 안다.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행복하게 받아들이고,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간직한 채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설령 이러한 “기독교 정신”이라 하더라도, 수백억의 교부금을 받는 대학이 제시하는 운영원칙으로 적절한지는 별개의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전에, 우리는 오늘 “기독교 정신”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편협함을 말하게 되었다. “기독교 정신”이 언제부터 차별과 혐오의 언어가 되었던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숭실대학교 학생처는 “기독교 정신”이란 말 뒤에 숨어 혐오를 승인하고 차별을 자행하지 말라. 인권영화제 주관 단위에 사과하라. 대관을 다시 승인하여 <마이 페어 웨딩>의 상영을 허하라.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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