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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숭실대학교 SSU LGBT][기자회견문] 학생자치 탄압 및 소수자 차별 자행하는 숭실대학교 당국을 규탄한다!



[기자회견문]

“학생자치 탄압 및 소수자 차별 자행하는 숭실대학교 당국을 규탄한다!”


지난 9일 오전, 숭실대 학교본부는 [제1회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 기획단(이하 기획단)에게 일방적으로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행사 시작이 불과 하루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상영작은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결혼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페어 웨딩>이었다. 이에 앞서,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의 거센 항의가 학교 당국에 쇄도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보수 기독교 조직의 압력에 굴복한 숭실대 학교본부

지난 7일, ‘주님을 기다리는 신부들’(cafe.daum.net/waitingforjesus)이라는 이름의 웹페이지에 ‘숭실대 인권 영화제 항의 동참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등록되었다. 이 게시글은 총여학생회장의 성명과 연락처, 숭실대학교 부총장실, 교목실장, 교무처, 학생처 등의 전화번호를 소개하며, “항의전화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실제로 그 이후, 총여학생회장의 휴대전화로 협박과 모욕을 포함한 수많은 항의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쇄도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8일, 숭실대학교 학생서비스팀 한성동 계장은 총여학생회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민원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 “여러모로 입장이 너무 곤란하다”며, “행사를 취소해줄 수 없겠냐”라고 말했다. 기획단은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다음날인 9일 오전, 학교 측은 학생처장 명의의 공문(붙임 1)을 통해 장소사용 허가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학교 측이 이미 1개월 전에 허가(붙임 2)했던 인권영화제의 장소 사용을, 행사 불과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철회한 것이다.

보편적 인권의 가치가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가?

학교 측은 공문에서, “인권영화제의 내용이 우리 대학의 설립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조치의 이유라고 주장한다.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는 여성, 장애인, 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나아가 그들의 인권 감수성을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된 행사이다. 앞서 언급한 보편적 인권의 가치들 가운데 그 어떤 것이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지, 학교 당국은 대답해야 할 것이다.
그와 별개로, 학교 측 주장의 허구성은 다음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9월,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가 개막작으로 상영한 영화 <퍼스트 댄스>는, 미국에 사는 레즈비언 커플의 삶을 다룬 영화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3년 당시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는, 동성애자 주교에 관한 영화 <로빈슨 주교의 두가지 사랑>을 상영하고 김조광수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바 있다. 이렇듯 지금까지 동성애를 다룬 영화를 상영했던 두 차례의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학교 측이 “기독교 정신”을 들어 행사를 방해하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차별선동세력의 조직적 개입에 소수자 인권은 뒷전으로

결국, 지난 두 차례의 행사와 이번 행사의 유일한 차이점은,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라는 가시적인 목표물의 존재 유무이다. 이들 부부가 공개 결혼식과 동성결합 소송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유명해짐에 따라, 반동적으로 차별선동세력의 공격과 핍박도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숭실대학교 당국은 성소수자에 대한 이러한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고 학내 구성원을 보호할 임무를 방기한 채, “기독교 정신”의 이름을 더럽히며 소수자 차별을 묵인하고 있다.

학생자치에 대한 명백한 탄압... 위기의 ‘학내 민주주의’

한편, 학생단위들이 직접 기획한 행사를 학교 당국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이번 조치는, 학생자치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자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제1회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는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박래전열사기념사업회, 그리고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이 공동주최하고, 이외의 많은 학내 단위가 함께 만들어낸 행사이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학내 민주주의의 가치가 숭실대학교에 아직 남아있다면, 학교 당국의 이번 폭거는 결코 용납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우리 기획단과 학생사회,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숭실대학교 당국은 소수자 인권 옹호의 책무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둘. 숭실대학교 당국은 학생자치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셋. 숭실대학교 당국은 이번 대관취소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2015년 11월 10일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