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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QUV 성명] 얼굴도 없는 혐오의 집착에 굴하지 않겠다

얼굴도 없는 혐오의 집착에 굴하지 않겠다


- 부산대학교 QIP 자보 및 홍보물 훼손에 부쳐 -



사진. 부산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동아리 QIP 트위터(@PNU_Queers)






우리는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다. 우리는 성소수자로서 2015년 대학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대학 안에 언제나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엄연한 존재를 굳이 알리는 노력을 멈출 생각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지난 일요일의 경악과 분노를 말하려 한다.


부산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동아리 Queer In PNU(QIP)가 지난 2월 27일 성소수자를 환영하는 현수막을 학내에 게시했다. 활발한 활동으로 전국 성소수자 사회의 주목을 받는 QIP의 존재를 학내에도 알렸다는 자긍심도 잠시, 개강일인 3월 2일 이 현수막이 고의적으로 훼손되었다고 한다. QIP는 현수막을 보강하면서 부산대학교 희대의 ‘오지라퍼’ 길원평 교수의 성소수자 혐오 자보를 첨삭하는 마무리 자보와, 성소수자의 표현물을 훼손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자보 및 동아리 홍보물을 학내에 추가로 게시했다. 그리고 3월 8일, 우리는 경악했다. QIP의 자보와 포스터가 절반으로 갈려 바닥에 버려진 광경을 목도한 것이다.


20년 전 대학성소수자모임이 태동한 때부터 우리는 혐오의 징그러운 구애와 집착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 창립회원은 삐삐로 혐오 메시지 수백 통을 받았다. 더럽다, 죽여버려야 한다는 원색적 비난도 받아봤다. 모임방에 성유를 뿌리거나, 회원들의 신원을 공개해 사적 폭력으로 정죄하려는 실패한 시도도 있었다. 이러한 혐오범죄 중 으뜸은 절도와 손괴이다. 대학 내 모임으로서 존재를 알리고 의견을 표명하려는 당연한 활동이 유독 방해를 받아왔다. 현수막, 자보, 회지가 사라지거나, 모욕적인 메시지가 덧입혀지기도 했다.

혐오자들은 성소수자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거나, 모욕, 주거침입, 폭행 교사, 절도, 손괴와 같은 범죄와 폭력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헛소리를 늘어놓곤 한다. 대학이라는 지성의 전당에서 통할 리 없는 궤변이다. 표현의 자유는 혐오와 훼손의 자유가 아닌, 자보와 자긍심의 자유다. 전국의 대학에서,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이는 기본적인 상식이다.


우리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는 이 상식과 원칙을 반으로 갈라 짓밟은 혐오의 만행을 규탄한다. 더 많은 권리와 자유를 말해야 함에도, 여전히 성소수자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부터 설명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분노한다. 공론장의 질서를 부정당하는 모욕을 겪은 부산대학교 모든 학우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부산대학교 학생사회가 이 사건을 좌시하지 않고 함께 대응하기 위해 나선 것을 환영한다.

우리는 성소수자의 정체를 숨기고 살라는 이유 없는 요구를 거부한다. 성소수자의 말을 탄압하며 그 폭력을 성소수자의 탓으로 돌리는 피해자 비난과 책임전가에 저항한다. 우리는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노래하고 싶을 때 노래할 것이다. 가끔 힘들고 지칠 때는 쉬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한밤중에, 얼굴을 가린 채, 타인의 의견을 반 가르고 짓밟는 음습한 테러에 못 이겨 말을 삼키지는 않겠다. 우리는 말할 수 있고, 혐오자들에게도 들릴 정도로 크게 말할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간적 모멸과 공론장의 파괴에 대해 사과하라. 전국의 대학 내 성소수자들과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는 QIP와 부산대학교 학생사회의 문제제기에 함께한다. 우리는 얼굴도 모르는 혐오에 굴할 생각이 없다. 전국 곳곳에서 이 사건을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2015. 3. 11.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가톨릭대학교 CUKQ, 건국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Cue the Felix, 경희대학교 레즈비언 모임 KHULs,
경희대학교 남성이반 동아리 Mainstream, 고려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 단국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단게좋아,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디마이너(DIMINOR), 명지대학교 Mspace,
부산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동아리 Queer In PNU, 서강퀴어모임&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Q,
서울대학교 성적소수자 동아리 Queer In SNU, 서울예술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동아리 Knock on the Q,
성균관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퀴어홀릭(QueerHolic),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SSU LGBT,
연세대학교 성소수자 중앙동아리 컴투게더, 이화여자대학교 성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인하대학교/인하공업전문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Queer Inha City, 전남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Lights on me,
중앙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레인보우피쉬(RainbowFish), 한국외국어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Q사디아,
한양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하이퀴어(HYQueer)/한양성적소수자인권위원회,
홍익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홍대인이반하는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