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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논평] 한동대학교 부당징계 피해자의 명예훼손 소송 일부 승소 확정을 환영한다

한동대학교 부당징계 피해자의 명예훼손 소송 일부 승소 확정을 환영한다

2017년 12월부터 시작된 긴 싸움의 일부가 끝났다. 한동대학교가 자교 내 부당징계 피해자의 사적인 정체성을 광범위하게 유출하여 명예훼손한 사건에 대하여 법원이 교목실장이자 교수인 A와 한동대학교 법인에게 오백만원을 보상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오늘 항소 기한이 끝나 승소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

한동대학교는 지난 2017년 12월에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페미니즘 강연이 동성애와 폴리아모리를 조장한다며 해당 주최 학생들을 징계대상자로 올리고, 한 학생은 무기정학한 바 있었다. 한동대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조직적으로 무기정학 당한 학생을 공개적으로 음해하고 학생의 사적인 신상정보들을 공개했다. 그중 법원이 인정한 일부 혐의는, 교목실장이자 교수인 피고 A가 80여명이 있는 강의와 수 백 명이 있는 채플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피해자를 특정해서 그가 폴리아모리라는 사실을 밝히고, 심지어 폴리아모리에 대해 “남자 여럿 여자 여러 명이 해도 된다는 거야” 라던가 “곰팡이”, “암”, “같이 있으면 다 죽는다”는 식으로 악의적이고 차별적인 표현들로 피해자를 비하한 점,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징계는 모두 피해자가 폴리아모리이기 때문이라는 발언을 일삼은 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교목실장이고 학교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학교 법인도 책임이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일부 승소지만 부당징계 피해자가 제기한 다른 혐의가 문제적이지 않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건들의 행위가 특정성이 충분한지, 공공적인 목적이었는지, 그것이 고소당한 피고의 책임인지를 따졌을 뿐 그 내용들은 명백히 학교의 조직적인 동성애차별과 폴리아모리에 대한 낙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과거에 많은 성명들을 통해 그 말들을 옮겼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옮기진 않겠으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인하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주장을 교육자의 이름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

물론 아직 부당징계에 대한 철회는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승소 판결을 환영하면서, 다시 한 번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교육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교육의 영역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징계의 대상이 되고,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놀림거리나 비하의 대상이 돼 실제로 평등해야 할 교육권이 차별적인 현실 위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있었으면 단지 특정성이나 공익성에 비추어 명예훼손을 다투는 것을 넘어,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없어야 할 부당한 차별임을 공감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으로 차별금지법이 없다고 해도 종립대학의 성소수자 차별, 성차별 등에 대해서 대책을 세워야 할 책임이 있는 교육부의 침묵을 규탄한다. 한국의 모든 대학은 교육부장관의 승인 아래서 설립할 수 있고, 교육부장관은 모든 대학의 운영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책임이 있지만 수년째 그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대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어떤 양태로 관계하던 그것은 그들이 조율해야 할 문제이다. 문제가 발생한다면 당사자적 경험에 경청할 필요가 있으며 그들을 풍경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자신의 얕은 지식과 소위 ‘음란한’ 선입견으로 악마를 창작해내고 있는 것은 누구인지 돌아볼 때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구체적이고 생상한 몸과 관계에 대한 이해이지, 무지한 선입견에 의한 공포 조장이 아니다. 폴리아모리를 비롯한 다양한 관계맺음을 응원한다. 앞으로 폴리아모리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 사회이길, 이와 같은 부당한 명예훼손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이길 바란다.

2019.06.04.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