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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논평] 한동대·숭실대, 인권위 탓하지 말고 민주주의 국가의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다 하라

[논평] 한동대·숭실대, 인권위 탓하지 말고 민주주의 국가의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다 하라

<뉴스엔조이>에 의하면, 1월 28일 국회도서관에서는 소위 '국가인권위원회 비판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자들은 "성소수자는 차별해야 한다"고 말하며 최근 한동대학교와 숭실대학교에 내려진 인권위의 차별시정 권고를 비판했다. 학술대회를 표방하는 이 자리에서 한동대학교와 숭실대학교 총장이 직접 참여하여 인권위와의 싸움을 선포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부분을 하나 더 짚자면 학술대회 치고는 '독재 정권 이후로 살기 좋은데 인권위가 왜 있어야 하냐'는 식의 수준 낮은 논의가 오가는 자리였다는 점이다. 학술대회라기보다 결의대회에 더 가까웠던 듯하다.

논평의 격을 지켜야 하겠으나, 비웃기고 가당찮아 진지하게 논평을 할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기회가 날 때마다 곱씹어도 나쁘지 않을 것들을 짧게 복기하는 일은 가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대한민국은 정교분리 국가이다. 특정 교리에 입각한 도덕률은 민주주의라는 사회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만 사회적 당위로서 주장될 수 있다. 사회 구성원/집단을 부당하고 근거 없는 이유에 입각해서 제도적으로 차별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확히 헌법 정신에 위배되며, 그것을 바탕으로 제도와 정책의 방향을 논할 순 없다.

두 번째, 대학은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을 기반으로 교육부장관이 인가한다. 이때 교육기본법은 교육에 관한 부당한 차별의 금지를 선언하고 있으며, 비록 이것이 처벌 조항을 동반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교육에 관하여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당위를 전제하고 있다. 대학이 멋대로 사회적 소수자를 이 교육평등의 원칙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

세 번째, 대학의 자율성은 오로지 민주주의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하여 주어지는 것이고 차별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즉 대학의 자율성은 민주주의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자율성이 아니라 반-민주주의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자율성이다. 한동대와 숭실대 및 종교 기반 대학의 차별 행태는 오히려 학생·교직원 탄압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것이며, 종교가 대학을 사유화하는 방향에서 이뤄지고 있다.

네 번째, 대한민국은 반차별 정신을 역사적으로도 계승한다. 이 날 대회에서 숭실대학교 황준성 총장은 일제강점기 때 신사참배에 반대하던 숭실대학교의 역사를 언급하며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인권위와 싸우겠다고 말했지만, 신사참배와 같은 제국주의적 폭거에 저항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차별적 억압시스템의 철폐를 선언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설립으로 실천되었다. 그게 대한민국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계승한다면 반민주주의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이 숭실대학교의 정신이 될 수 없다. 한국을 무슨 나라로 생각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마지막, 공공연히 차별과 폭력을 조장하고 모의하는 이 학술대회는 그 자체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존립 이유를 긍정한다. 사회구성원들이 사회적으로 온전히 성원이 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거나 그런 문화도 성숙하지 못했고, 뿌리 깊은 사회적 차별들이 일상 곳곳에 발견되는 지금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숭실대학교와 한동대학교 그리고 모든 대학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시정 권고를 하루 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기회가 있을 때 정신 차리라. 민주주의 국가의 대학으로서 지금이라도 성소수자를 배제하지 않는 평등한 교육환경을 구축하도록 노력하라.

2019년 2월 1일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