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성명] 거짓 선동으로 혐오 조장한 이남식 학회장을 규탄하고, 이를 게재한 경인일보에게 언론의 자격을 되묻는다!

[거짓 선동으로 혐오 조장한 이남식 학회장을 규탄하고,
이를 게재한 경인일보에게 언론의 자격을 되묻는다!]

“그런데 프레디 머큐리가 더욱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그가 동성애적 성적지향으로 인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로 불과 46세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만약 에이즈가 아니었다면 좀 더 그의 무대를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남식 국제미래학회장이 11월 27일 경인일보에 올린 칼럼 내용 중 일부다. 이 학회장은 칼럼 내내 동성애, HIV/AIDS, 차별금지법에 대한 자신의 몰이해를 전시하면서 동성애와 HIV/AIDS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이 학회장은 프레디 머큐리가 “동성애적 성향으로 인한 에이즈”에 의해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며 이미 고인이 된 음악가를 혐오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파렴치함을 보인다. 이는 단지 파렴치함을 넘어 고인의 성지향성과 HIV/AIDS를 엮어 고인을 욕되게 했을 뿐 아니라, 동성애와 HIV/AIDS 향한 혐오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우 악질적이다.

이 학회장은 남성 동성애자들의 성관계가 HIV/AIDS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AIDS의 원인은 동성애가 아니라 HIV 바이러스다.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염인이 HIV 바이러스를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하여 발생하는 것이 AIDS이다. 이미 HIV/AIDS는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큰 불편 없이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니다.

이 학회장의 이러한 동성애라는 정체성과 HIV/AIDS를 엮는 주장은 이미 1990년대 북미의 HIV/AIDS 담론에서 비판받은 바 있다. HIV/AIDS 활동가들은 감염 경로 등의 이유를 들어 고위험군을 따로 특정 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이것은 자칫 고위험군과 대비되는 ‘일반인구’는 HIV/AIDS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함의한다는 점에서, 또한 HIV/AIDS 감염인들을 사회적으로 낙인찍어 음지로 들어가게 한다는 점에서 HIV/AIDS에 대한 효과적인 개입이 불가할 것이라 비판한다. HIV/AIDS를 키우는 것은 동성애가 아니라 이남식 학회장의 혐오발언인 것이다.

이 학회장은 또한 칼럼 내내 동성애를 개인의 가볍고, 타락한 선택으로 묘사하고 있다. 동성애 자체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는 현재 과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두 경우 모두 개인의 가벼운 선택이 아니다. 동성애는 개인이 선택적으로 행하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이다. 정체성은 개인이 일상에서 하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 아니다.

이 또한 단순한 논리적 오류를 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성적지향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전환 치료와 교정강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얼마 전 레즈비언 군인을 대상으로 한 교정강간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남식 학회장의 주장이 바로 교정강간 사건을 정당화하는 더러운 주장인 것이다.

이남식 학회장은 동성애가 개인의 선택이라는 자의적 결론을 내리고 이를 근거로 동성애를 차별금지법에서 배제한다. 그는 차별금지법은 개인이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차별만을 막는 것이라고 차별금지법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줬다. 차별금지법 차별 금지 조항으로 삼고 있는 것에는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과 같은 개인의 선택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 또한 포함된다. 차별금지법은 단지 개인의 선천적인 조건만이 아닌, 개인이 선택한 것에 대한 차별도 금지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차별금지법은 단지 법률에 명시된 특성을 지닌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함만이 아니다. 차별의 문제는 특정한 대상을 향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사람들을 구분 짓고, 그 구분들 사이에 위계를 만드는 사회적 힘이라는데 있다. 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것이 바로 이 차별 그 자체이다. 차별과 혐오의 기준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모든 사람은 언제든지 소수자가 되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단 한가지의 차별을 인정한다면 이는 곧 모든 차별을 인정하는 것이다. 동성애를 차별금지법에서 배제하자는 이 학회장의 주문은 곧 모든 차별을 주문하는 꼴이다. 차별금지법은 소수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법이다.

한편 이런 혐오를 지면을 할애하여 조장한 경인일보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차마 학문을 하는 지성인의 글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지와 몰이해, 자의적 조작과 비논리로 점철된 혐오발언을 경인일보는 지면에 실어 혐오를 조장했다. 그러면서 이남식 학회장의 칼럼 마지막에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한 줄로 혐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보도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한다는 언론으로서 보여야 할 기본 소양도 다하지 않고, 한 줄 변명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려 시도하는 비열함이다.

우리는 이남식 학회장에게 몰이해와 자의적 해석으로 동성애, HIV/AIDS 혐오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한 줄로 비겁하게 언론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인일보에게 자신의 소임을 다해, 혐오발언을 지면에 실은 것을 사과하고, 이에 대한 정정 보도를 할 것을 요구한다.

2018년 12월 6일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