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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V 활동/대학별 릴레이글

[QUV 릴레이 성명]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QUV 릴레이 성명]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평등한 공동체를 위한 안전장치,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뤄온 지난 14년간의 세월은 우리 사회가 소수자의 존엄과 인권을 유예한 시간이다. 6월 29일 정혜영 정의당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2006년, 국가인권위가 노무현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이래, 차별금지법은 보수 기독교계 등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2006년에는 ‘성적 지향,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등 7개의 차별금지사유를 삭제한 채, 차별금지법안을 누더기로 만들어 발의했지만, 이 법안마저 제정하지 못했다. 이후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은 6번이나 발의됐지만, 제정에는 늘 실패했고,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조차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내놨지만, 2017년 대선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공약에서 제외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회와 정부는 평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의무가 있음에도, 혐오와 차별 속에서 고통받는 존재들을 외면해왔다. 성소수자는 사회 전반과 일상에서 크고 작은 차별에 촘촘히 노출된다. 성소수자들은 고용시장과 직장에서 차별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만 한다. 다양한 성별표현을 가진 성소수자는 공중화장실을 쓸 때, 모욕과 폭력을 경험한다. 의료인의 무지와 편견은 성소수자의 의료 서비스 이용을 가로막는다. 성적 지향은 방역과 무관한 정보임에도 언론에 의해 공개되고 낙인의 대상이 된다. 성소수자 청소년은 교사와 또래에 의해 괴롭힘과 차별에 시달린다. 대학 역시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2016년, 한국외대에서 한 교수는 수업 중에 “동성애자의 100%가 에이즈 환자”라며 ‘동성애의 불편한 진실’을 주제로 과제를 냈다. 교내 성소수자 모임에서 발간한 회지가 무더기로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신입회원 모집 포스터가 뜯기거나 찢기기도 했다.

이러한 차별을 방지하고 헌법에 보장된 모두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법안이 차별금지법이다. 차별금지법은 성적 지향뿐만 아니라 고용형태, 나이, 인종, 성별, 출신국가, 장애 등을 이유로 행해지는 차별을 금지한다. 차별의 개념에는 직접 차별, 간접 차별, 괴롭힘, 성희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개념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지만 은폐되어온 차별의 다양한 모습들을 드러내는 언어가 되어 줄 것이다. 교육을 받을 때, 행정서비스를 이용할 때, 고용의 과정 혹은 직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차별 받지 않을 권리는 누구에게나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눈치를 보고 있는 정치인들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이제 사회적 합의는 충분하다. 최근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또 보수 기독교계는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은 교육, 행정, 고용, 재화와 용역에 해당하는 일부 영역에만 적용될 뿐, 교회에서 설교하거나 발언하는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차별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시정 조치를 할 뿐, 형사처벌 규정도 없다. 피해자가 차별 행위에 대한 진정을 제기한 것을 이유로 보복성 불이익 조치를 했을 때만 형사처벌을 받게 한다.

헌법도, 국민도 차별금지법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더 이상 헌법에 반하는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며, 헌법적 가치와 평등을 위한 요구를 외면하지 말라! 모두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2020.07.17 

한국외국어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모임 외행성 X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