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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인천대 포커스 성명]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평화집회에 폭력을 행사한 혐오세력과 헌법에 명시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한 경찰을 규탄한다.

[인천대 포커스 성명]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평화집회에 폭력을 행사한 혐오세력과 헌법에 명시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한 경찰을 규탄한다.

마침내 인천에서도 시작되었다. 스톤월 항쟁 1주년을 기념해 미국 센트럴파크에서 시작된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48년이 지난 올해 9월 8일,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 이제껏 ‘인권의 불모지’라 불리던,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근대화가 시작된 인천이기에 이 첫 시작은 모두에게 더 뜻깊은 행사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1년 365일 중 억압된 자신을 드러내는 그 하루, 자신의 존재와 자긍심을 드러내는 축제는 반대 집회로 인해 아비규환인 상태, 말 그대로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당초 경찰에 집회신고가 완료된 인천퀴어문화축제 집회 장소였던 동인천북광장은 축제 전날부터 혐오세력에게 불법점거 당하였다. 경찰은 집회신고 시간이 도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집회장소를 점거한 혐오세력에게 어떠한 집행도 하지 않...았다. 또한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시작되기로 예정되었던 시간이 임박해도 혐오세력이 해산하지 않자 집회 참가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경찰 병력을 배치하여 당초 사용 예정이었던 북광장의 아주 일부 협소한 장소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을 밀어 넣고 마치 경찰들이 안전하게 참가자들을 보호하는 듯한 액션을 취했다. 그러나 경찰 병력이 확보한 구역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혐오세력의 무력행사로 인해 참가자들은 찰과상을 입거나 넘어져 통증을 호소하였다. 경찰장벽 내부에서 몇 시간씩 탈수 및 생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이 역시도 경찰은 해결하지 못하였고 해결 요청을 하면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다’라는 답변뿐이었다. 사전에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해결 방안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여 합법적인 집회를 이토록 방치한 경찰을 강력히 규탄한다.

몇 시간씩 행사 진행을 대기하는 동안에도 혐오세력은 몇 번씩이나 조직화되어 경찰장벽을 무너뜨리고 참가자들에게 무력을 행사하였으며, 패륜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그들은 “사랑하기에 반대한다.”라는 구호와 “양성평등 찬성, 성평등 반대”, “동성애 반대”라는 피켓 등을 들고 불법집회를 이어 나갔다. 혐오세력은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장애인의 휠체어에 무지개 깃발이 꽂혀 있다는 이유로 넘어뜨리는 기행을 일삼았다. 경찰 병력이 미치지 못했던 곳의 펜스를 밟고 넘어, 행사 진행 구역으로 진입 시도를 수차례 하였으며 행사의 참가자 행세를 하며 들어와 있다가 참가자들이 들고 온 물건들을 탈취하려는 시도 역시 있었다. 보수기독단체의 언론은 실시간으로 미디어에 참가자들의 얼굴을 촬영하여 내보내는 등의 참가자들의 초상권 침해를 일삼았으며 그 과정에서 각종 성희롱과 모욕적인 발언을 하였다. 혐오세력에게 조롱조의 발언을 듣는 것은 물론이고 소지품을 탈취당하거나 신체적 폭행을 당하는 등의 일을 겪어야만 했다. 헌법의 어떤 부분이 이러한 불법적이고 폭력적이며 반인륜적인 행위가 정당화하고 있다는 말인가? 이날 혐오세력은 조직화되어 폭력을 일삼는 사탄 같았으며 마치 헌법위에 올라선 범법집단이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행진 대오에도 혐오세력은 일방적인 혐오범죄를 자행했고, 경찰은 무능했다. 4시부터 진행되어야 했던 행진은 2시간이 넘도록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으며, 경찰 측은 시작부터 불법을 일삼았던 혐오세력에게 불법 집회이니 해산하라는 방송만 할 뿐 한참동안 방관하였다. 예정되었던 행진을 축소해 진행하는 동안에도 경찰이 겨우 확보한 통로는 몹시 협소했고 이 과정에서도 참가자들은 혐오세력이 퍼붓는 혐오발언과 깃발을 내리라는 고성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깃발을 내리면 통과시켜주겠다”는 불법집회 참가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조직위에게 깃발을 내리도록 종용하기까지 했다. 결국 위협적이고 위험한 좁은 도로에 압박되어 있던 참가자들을 걱정한 조직위는 경찰의 비협조적이고 직무를 유기한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단체의 정체성과 존재를 드러내는 상징물이 그들에게 도대체 어떤 위협이 되었기에 참가자에게 깃발을 들 권리조차 부여하지 않는 다는 말인가? 저질스러웠던 혐오세력과 무력하기만 했던 인천 경찰, 모두에게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이러한 혐오와 협박, 방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천퀴어문화축제의 행진은 시작을 알렸던 동인천역에서 마무리될 수 있었다. 행진을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했으나 이것은 우리의 존재가 무력 하거나 창피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이 자리에 함께 있으며, 함께 이 축제를 만들어 나가는 힘이 있다는 것,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존재인지 알 수 있는 그 순간이었다. 우리는 무력한 경찰이 혐오세력의 폭력을 그대로 방조하는 상황 또한 다시는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혐오세력이 우리의 존재를 지우고 각종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결코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2018년 9월 8일,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자긍심의 깃대 위에 무지개 깃발이 휘날리던, 진실로 하늘도 우리 편이었던 그 순간을 기억하자. 그리고 열악했음에도 마무리 지었던 이 축제, 함께 연대하며 행진했던 이 순간을 기억하며 모두 함께 나아가며 외치자.

“우리는 연대할수록 강하다!”
“우리는 여기 있다!”

2018년 9월 10일

인천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포커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