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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언론보도

서강대 '지저분한 현수막 프로젝트' 왜 시작됐나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388

이하 기사 전문

지난 3월 1일 서강대 성소수자 동아리 현수막 훼손 사건 이후, 학생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에 맞서는 의미에서 ‘지저분한 현수막 프로젝트’를 벌였다.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bystolic coupon 2013

나는 대학 재학 7년간 학내에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목소리가 담긴 대자보들이 익명의 혐오세력에 의해 찢겨나가는 것을 무수히 많이 봐 왔다. 청소노동자 식대인상을 요구하는 ‘밥은 먹고 일하자 연대’의 자보, 차별금지법 발의 철회를 우려하는 서강퀴어모임&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 Q’의 자보, 알바생을 노동자로 인정하라는 ‘서강/신촌 알바연대’의 자보, 학생들의 자치공간을 보장하라는 ‘생활도서관 단비’의 자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여성주의 학회 틀깸’의 자보…. 

지난 3월 1일, 춤추는 Q에서 붙인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학우들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현수막이 모 교수에 의해 훼손되어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입학식 날엔 성소수자 모임 ‘퀴어홀릭’의 현수막이 실종됐으며, 총학생회장이 레즈비언 커밍아웃을 한 서울대에서는 지난달 15일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QIS•Queer In SNU)의 현수막이 크게 훼손됐다.

현수막·대자보 게시는 그것이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학내 구성원들이 의견을 공개 표출하고 담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정당하게 보장된 권리이다. 이 당연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한두 해 일이 아니다. 학내에서 사회적 약자가 자신을 드러내고 의견을 표출한다는 것은 손쉽게 버려질 수 있는 대자보의 운명만큼이나 위태로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현수막 사태는 이전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가해자가 밝혀졌고, 그것이 지성과 인성을 교육해야 할 교수라는 점에서 초반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사회가 단지 ‘성소수자의 현수막 훼손’이라는 관점을 넘어 ‘모든 학생이 차별받지 않고 의견을 표명할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데 공감하며 함께 분노했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이후 춤추는 Q를 비롯해 학내 여성주의 학회들이 모여 대응팀을 꾸렸다. 개인 차원에서도 지지 행동이 이어졌다. 학내 곳곳엔 릴레이 항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원래 지저분한 걸 잘 떼는 사람’이라는 교수의 말에 대항해 혐오 반대를 표명하는 ‘지저분한 현수막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나아가 대응팀과 학생회는 이 사안이 교수 징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대학 본부가 더 이상 혐오를 방관하지 않고 재발 방지를 위해 힘쓸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현재까지 350명이 넘는 학우들이 온라인 서명을 통해 공감과 지지를 보내 왔다. 공문의 요구사항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이번 사태에 대해 대학 측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

2. 해당 교수에 대한 정당한 징계를 집행할 것.

3. 교수 및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성소수자 관련 인권교육을 포함할 것.

4. 증오범죄를 예방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학칙 및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할 것.

5. 중핵필수(교양 필수) 선택과목에 인권교육 파트를 신설할 것.

6. 학내 다양성 존중 및 인권보장을 전담하는 기구를 설치할 것.

이번 일은 교수 개인의 성격적 결함보다는,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와 기본적인 이해 부족이 기여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형식적인 성교육 외에 성소수자나 장애인, 외국인, 새터민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여러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교육이 부재한 상태이다.

또 소수자를 향한 증오범죄에 대응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들은 개인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고, 또 다른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학내 모든 구성원이 평등한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의 교육과 제도 마련이 필수적이다.

수전 손탁은 「타인의 고통」에서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차별적인 사회는 결코 모두에게 이로울 수 없다.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배척하는 태도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도 돌아오기 때문이다.

최근 세월호 참사, 파리 테러 등을 겪으면서 타인의 고통에 대한 학생사회의 인식이 크게 변화했음을 느낀다. 그렇다면 학생들을 올바른 인성을 지닌 인재로 양성해야 할 대학은 어떤가. 대학이 혐오범죄에 수동적·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결국 혐오를 제도적으로 승인하고 지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학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생사회의 변화에 적극 동참할 수 있기를, 그리고 이를 통해 대학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와 혐오범죄에 대한 인식이 환기되고 앞으로 혐오범죄 예방 및 인권교육과 관련된 발전된 담론이 형성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