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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QUV 성명] 성소수자 인권 없는 성평등위원회는 없다


성소수자 인권 없는 성평등위원회는 없다


 지난 7월 10일 청와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성평등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위해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공약으로 마련하고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성평등이란 말이 부끄럽게도, 성평등 정책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내용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는 지난 정부들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정책적으로 배제하던 행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해놓고도 그 용어가 갖는 의미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은 두 개의 성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간성인의 존재가 증명하듯 성은 생리적 성별조차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한 인간이 살아가며 겪는 젠더 경험은 단일하거나 순수하지 않으며,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을 정체화하고 표현함에 있어서 성별이분법은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성의 문제는 단순히 여남의 성별 위계 문제나 성별 정체성의 문제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동성애를 포함한 다양한 성적 지향에서의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 그렇기에 성별 이분법과 암묵적으로 이성애중심주의를 전제하는 양성평등이라는 개념이 강하게 비판 받으며 성평등이라는 개념이 제안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용어를 말하면서도 성소수자 인권이 성평등 정책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하는 꼴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사실 이 문제가 아니었더라도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었다. 성소수자 병사들을 색출한 유례 없는 인권 유린의 사건의 책임자 장준규 육군참모총장과 육군중앙수사관 등은 정권 교체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이낙연 총리는 동성혼에 대하여 또 다시 '사회적 합의'를 언급하며 성소수자 인권이 나중에 다뤄져야 한다는 뜻을 비추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는 이른바 '동성애처벌법'인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에 관해 개정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서면 질의응답에서는 추행죄가 군의 기강을 위해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와 동성혼은 구별되어야 하며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동성혼에 관하여는 명확히 입장을 표시하고 있지 않고, 취임 이후에도 아직 성소수자 인권 전반에 관하여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청와대에서 성평등 정책에 성소수자 인권은 없다고까지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입장을 명확히 하라. 지금 당장 이루어져야 할 시급한 사안들이 너무나 많다. 지난 정부들에서 이루어졌던 성소수자에 차별적인 행정 조치들을 시정하고,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는 동시에 더 포괄적인 군 내 성소수자 인권을 개선하고,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하는 등 성소수자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했던 입장이라도 대통령답게 지켜나가야 한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자가 되어버린 무고한 육군 A 대위의 사건을 보고도 느끼는 바가 없는가. 단호한 변화가 요구되는 이 시점에 문재인 정부는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성소수자 인권이 없는 성평등위원회는 없다. 하루 속히 성소수자 인권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7. 07. 12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