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V 논평] 우리는 시끄럽게 떠들며 투표합시다
20대 총선 정당투표 용지에는 21개 정당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렇게나 많으니, 우리가 같은 정당을 지지할 확률은 오히려 적습니다. ‘성소수자’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우리가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이란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레즈비언,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게이,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바이섹슈얼, 정의당을 지지하는 트랜스/젠더/퀴어, 노동당을 지지하는 인터섹스, 녹색당을 지지하는 에이섹슈얼일 수도, 다른 당을 지지하는 그 누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성소수자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기에,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은 있을 겁니다. 20대 총선 국면에서 다수의 원내 정당과 주요 정치인들은 성소수자를 홀대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새누리당은 공천 심사에서 예비후보들에게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십자가 밟기’를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이 앞장서 혐오에 편승하였습니다. 여성연합의 정책질의에는 차별금지법을 지지하였다가, 그게 뭔지 몰랐다며 굳이 지지 의사를 철회한 국민의당도 있습니다. 바로 어제, 한 때 성소수자 인권의 강고한 지지자였던 표창원 후보가 닭이 울기 전 성소수자 인권을 세 번 부정했습니다. 그는 성소수자 혐오에 앞장서는 소강석 목사에게 사과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성소수자 의제에 관한 질문을 정치공작으로 치부하더니, 이제는 아예 “동성애 확산을 반대”하거나, 반성소수자 세력에게 “성적지향 명시한 새누리당 윤리강령”을 문제시할 것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유권자로서 표를 행사하기가 험악한 시절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선택을 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래도 최악만은 막아야 한다며 차악을 고민할 것이고, 미래에 베팅하며 원외정당에 투표하는 이도 있을 겁니다. 서로의 선택을 존중합시다. 하지만, 부디 시끄럽게 떠듭시다. 우리도 투표한다는 사실을 아예 망각한 자들에게 여기 유권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줍시다.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라 하더라도 무투표보다는 투표하기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왕 투표한다면, 성소수자인 우리의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 후보와 정당을 숙고합시다. 여기 성소수자가 있고, 투표권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수치로서 보여줍시다. 레인보우보트 유권자 선언을 합시다. 우리는 정치인들과 성소수자 혐오의 결탁을 참아낼 마음이 없고, 이 결탁으로 인해 그들이 우리의 표를 잃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선언합시다. 주변의 지지자들에게 호소합시다. 어떤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든, 그 표를 던진 사람 중에 성소수자가 있다는 사실을 정치가 알도록 만듭시다. 정치가 성소수자를 신경 쓸 수밖에 없도록, 우리는 최대한 시끄럽게 떠듭시다.
우리는 20대 국회 기간만 살지 않습니다. 90년대 도덕주의와 복음주의 기독교에 기반한 성소수자 혐오에 편승하던 미국 정치인들은 지금 싸그리 돌변하여 자신의 과거를 참회합니다. 우리는 그런 사과를 받아낼 때까지 존재를 증명합시다. 조금씩 기반을 닦아 새누리당의, 더불어민주당의, 국민의당의, 박영선의, 표창원의 사과를 받을 날을 앞당깁시다. 역사가 증명하다시피, 성소수자 혐오가 힘을 잃고 건전한 상식을 지닌 다수의 시민들이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함께 행동하는 날은 오고야 맙니다.
그러니 부디, 여기 투표하는 성소수자가 있다는 사실을 선언하며, 시끄럽게 떠들며 투표합시다. 어찌되었든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니까요.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계원예술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프리즈마
국민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2km
단국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아웅多웅
대진대학교&차의과학대학교 연합 포천 성소수자모임 네버랜드
동국대학교 성소수자모임 큗
부산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동아리 Queer In PNU 중앙회의
서강퀴어모임&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Q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Queer In SNU
서울시립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동아리 퀴어시대
서울여자대학교 성소수자 인권운동모임 SwuQ
성균관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퀴어홀릭
성신여자대학교 퀴어모임 Qrystal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SSU LGBT
연세대학교 성소수자 중앙동아리 컴투게더
THISWAY 울산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이화여자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GALAXY
이화여자대학교 성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인하대학교/인하공업전문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Queer Inha Community
중앙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레인보우피쉬(RainbowFish)
총신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모임 깡총깡총
POSTECH 젠더 및 성소수자 모임 LINQ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프리:즘
한국외국어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Q사디아
한신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모임 고발자
한양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HYQueer
한양성적소수자인권위원회
홍익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홍대인이반하는사랑
'뉴스 > 성명, 논평, 발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QUV 성명] "인간적인 것이 종교적이다" 학내 구성원 박해하고 차별선동에 앞장서는 총신대학교에 묻습니다 (1) | 2016.06.15 |
---|---|
[QUV 성명] 슬픔과 공포를 넘어, 혐오에 맞서 행동합시다 (0) | 2016.06.13 |
[QUV 성명] “악인에게는 두려워하는 일이 닥쳐오지만”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QIS 현수막 훼손 사건에 부쳐 (0) | 2016.03.26 |
[QUV 성명]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손괴범(들)을 규탄한다! (0) | 2016.03.16 |
[QUV 성명] 성소수자 혐오로 맺어진 ‘초당적 협력’을 규탄한다. 김무성 대표와 박영선 의원은 사과하라! (0) | 2016.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