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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V 활동/대학별 릴레이글

[QUV 릴레이 성명] 차별금지법은 인권을 위한 출발점이다!

[QUV 릴레이 성명] 차별금지법은 인권을 위한 출발점이다!
- 21대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2006년 처음 공론화 되었으나 지난 20대 국회 때에는 발의조차 되지 못한 차별금지법이 지난 6월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을 비롯한 10명의 의원에 의해 발의되었다. 그 다음날인 6월 30일에는 국가 인권위에서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요구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연대를 필두로 한 용감한 이들이 끊임없이 사회적인 목소리를 낸 결과이자 새로운 과정으로서의 진보라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차별 금지의 영역은 다음의 네 가지이다. 고용의 과정 혹은 직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교육기관에서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을 때, 행정서비스 제공 및 이용과정에서. 누구나가 자기 자신이 직장이나 학교 등 소속된 기관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금지’라는 표현에 비해서는 아주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온건한 법이 아닌가? 하지만 여태껏 이러한 법조차 없었고 많은 사회적 약자들은 차별을 받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해도 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는 기관이 대학을 포함하여 한 두 곳이었던가? 인권을 위한 권고가 무시되어 왔고, 우리는 당연한 듯이 차별받아 왔다. 또한 그러한 차별의 역사 속에서 줄 곧 불안함을 느껴왔다.

차별받을 것에 대하여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속한 많은 집단 속에서 행해지는 차별과 혐오는 직접적으로 차별을 겪은 혹은 겪지 않는 우리를 스스로 숨거나 숨기게 했다. 불안함이란 바로 이것이다. 외모를 보고 혹시 게이/레즈냐고 물어볼 때, 교수님의 강의 중에 혐오발언이 언급될 때, 본인의 지인만 아니면 성소수자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는 말을 들을 때, 선거인명부에 성별을 뭐라고 표기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때, 성소수자는 정신병자라는 말을 들을 때, 더럽다는 말을 들을 때, 미디어에서 성소수자를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으로 왜곡하여 재현할 때, ‘전환치료’라는 터무니없는 것의 존재를 알게 될 때,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누군가가 부당 징계를 받았을 때,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했을 때, 현역 군인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부당 전역판정을 받았을 때, 국민일보의 이태원 클럽 보도에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많은 댓글이 따라붙을 때,……. 그럴 때마다 우리는 공포를 사회화 했다. 많은 우리들은 스스로를 숨겨야 했고, 때문에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심리적으로 깊이 친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많은 기회를 박탈당했다. 또한 이 때문에 어떤 우리는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사람에게 친밀한 네트워크와 화장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것과 동시에 각종 부당한 이유로 행해지던 모든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고 사회 구석구석의 찌든 인식들이 변화할까? 안타깝게도 오랫동안 차별받아온 우리는 그렇게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차별받는 현실이 개선되어 갈 것이라고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행정 서류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다. 스스로를 숨기지 않고 사회적 자원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정당하게 갖기를 원한다.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남발되는 차별적 언어들을 참아내고 싶지 않다. 그런 삶의 많은 권리들을 박탈당한 채 무력한 존재로 숨어버리고 싶지 않다. 우리의 권리를 위한 아무런 법도 없던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우리 존재가 삶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대학생·청년 성소수자다. 우리는 청년이라 불리는 지금까지 어떤 사회에서 살아왔는가? 우리는 우리 존재의 다름에 대한 사회의 오만가지 차별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스스로 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는지를 자책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나고 자랐다. 우리가 살아낸 이 억센 사회 속에서 우리 중 누군가는 결국 살아내지 못하고 떠나기도 했으며, 남은 우리들은 살아내기 위해서 이 사회가 변화하기를 바라왔다. 그렇기에 오래 전부터 계속, 지금 이 순간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대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2020년 7월 20일

충남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RAVE ×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