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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V 릴레이 성명]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

QUVKOREA 2020. 8. 5. 20:04

[QUV 릴레이 성명]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
- 21대 국회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를 환영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11조이다. 2007년 발의가 무산되었던 이후, 차별금지법은 오히려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조롱거리로 사용되어왔다. 합의라는 허울 아래에서 이름뿐인 법안으로서 발의 직전에 철회가 되며 소수자들은 차별과 혐오의 끝에서 그 어떤 그늘조차도 쓰지 못한 채 살아가야만 했던 것이다.

차별금지법을 금지하고자 하는 일들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차별을 금지한다는 법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현실에 부끄러울 줄 알아야 하며, 차별이 마땅히 존재해야 한다는 그 믿음에 부끄러울 줄 알아야 한다. 2007년도 차별금지법 발의 당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 중 하나는 ‘학력’이었다. 학력으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명제는, 한때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이지 못하였던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기독교인들이 종교를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것과 동양인들이 인종을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것 또한 다르지 않다.

이렇듯 변화는 시작되었고, 법은 시대를 따를 것이다. 우리는, 시대는 차별을 금지하고 다 함께 나아갈 것을 원하고 있다. ‘당신’이 당신의 종교로, 학력으로, 성별과 나이와 건강과 용모와 혼인 여부로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듯이 ‘나’는 ‘나’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고,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다.

당신은 눈을 뜨고 세상을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를 혐오하는 당신은 우리의 부모요, 형제요, 친구이고, 이웃이며, 학우이다. 당신이 혐오하는 우리는 당신의 자식이요, 형제요, 친구이고, 이웃이며, 학우이다. 이 글을 쓰는 ‘내’가 소속된 단무지에는 문과대, 법과대, 사회과학대, 경영경제대, 공과대, SW융합대, 사범대, 음악·예술대학에서 적어도 한 명씩의 학부생들이 소속되어있고, 대학원생이 소속되어있다. 당신과 함께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밥을 먹었던 친구는 단무지에 소속되어 있다. 우리는 과거에도 이곳에 존재했고, 지금도 당신 곁에 존재하며, 앞으로도 어느 곳이든지 존재할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차별금지법을 환영해야 할 것이고, 차별금지법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에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들을 온 마음을 다해 지지한다. 이들은 마땅히 우리가 나아가야 했을, 나아갈 길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우리는 기꺼이 이들과 함께 걸어갈 것이며, 우리의 길은 언젠가 당신의 길이 될 것이다. 당신은 언제나 기득권이지는 않을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법이고, ‘당신’이 차별의 대상이 될 때면 당신은 ‘우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는 당신이 우리에게 올 때에, 두 팔을 벌려 환영할 것을 약속한다. 당신은 우리가 사랑해야 할 이웃이요, 곧 우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믿는다. 사랑은 혐오를 이길 것이라고.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다른 사람을 끌어내리지 않고도 우리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유 없는 혐오가 타인을 공격하는 유일한 이유일 수는 없다고. 법이 아닌 사랑과 도덕이 상대방을 존중할 근거가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우리와 당신이 편견이 없는 맨눈으로 서로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이, 우리의 사랑이 차별받지 않을 그 날을 위하여. 당신이, 당신의 정체성이, 당신의 사랑이 차별받지 않을 그 날을 위하여.

2020년 7월 14일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성소수자 인권 동아리 단무지 x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