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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상반기 의장단 취임사(의장 김난/부의장 동훈)

QUVKOREA 2020. 3. 4. 17:46

안녕하십니까? 2020년 상반기에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제13대 의장단으로 취임한 의장 김난과 부의장 동훈입니다. 취임사를 통해 상반기 활동 포부와 앞으로 제13대 의장단과 행정팀이 QUV 소속 모임들과 함께 만들어 갈 QUV의 방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QUV를 구성하는 각 성소수자 대학/지역 모임의 존립과 정치적 역량에 대하여 고민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QUV 연대의 기반이 되는 성소수자 모임들의 역량은, 곧 QUV와 청년 성소수자 운동의 지속가능성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인 현재는 QUV 창설 초기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일부 고등학교의 동아리부터 대학별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 곳곳에서 성소수자의 존재가 가시화되고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접근성도 용이하여, 더 이상 성소수자 대학모임이 퀴어 공동체로서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대학 안팎에서 자행되고 있는 성소수자 혐오와 운영인력 부족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몇몇 모임들은 활동력이 소진되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정치적 역량을 더 이상 발휘할 수 없는 휴면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성소수자 청년들이 매년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모이자”라는 목표로 창설된 성소수자 대학/지역 모임들의 역할을 결코 부정할 수 없습니다. 대학 사회의 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동아리 등록 절차나 명부 제출로 인한 아웃팅 위험이라는 계단이 있어, 앞으로도 지금 존재하는 성소수자 모임들이 간편한 질주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허나, 성별이분법적인 사회에서 퀴어의 존재를 드러내고 가부장제와 성소수자 혐오를 타파하는 불온한 모임이 마냥 매끄럽게 운영되기만 한다면 그 역시 이상할 것입니다.

나와 다른 몸으로 각자 다른 경험을 해 온 타자들과의 공존을 고민하고, 함께 소통하며 연대로 나아가는 것이 지금 성소수자 모임들이 존재하는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맞서기에는 너무도 막연하고 어려운 차별과 폭력의 문제에 대해 함께 말할 수 있는 사람과 공동체를 만난다면, 그 어떤 성소수자 청년이라도 당당한 사회적 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혹은 목소리를 낼 용기와 방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는 전국 대학과 지역에 퍼져있는 70여개 모임들이 위와 같은 존재 의의를 잃지 않도록, 대학/지역 성소수자 모임의 연대체로서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모임의 운영과 행정업무를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고, 그동안 각자의 방식으로 성소수자 운동에 기여해왔던 정치적 역량이 소진되었을지라도 모임의 충분한 휴식을 위해 연대의 문을 항상 열어놓겠습니다. 차별경험과 어려움이 맞닿았을 때 해결의 길이 열리는 연대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지켜나가겠습니다.

최근 같은 또래의 트랜스젠더 하사가 부당한 전역 판정을 받아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받고, 또 한명의 트랜스젠더 여성이 트랜스젠더 혐오에 부딪쳐,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성소수자 혐오와 낙인은 2020년에도 여전히 존재하여, 아직도 수많은 성소수자 청년들이 대학과 노동, 생활영역 전반에서 차별을 겪고 있으며 대학에서 성소수자의 교육권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성소수자 동아리의 현수막이 학교 본부에 의해 검열되거나 증오범죄로 테러를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많은 성소수자 군인들은 여전히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군형법92조의6’으로 인해 색출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며, 동성부부와 비혈연공동체 등의 다양한 사회적 가족의 파트너십을 인정하지 않는 제도 때문에 청년 성소수자의 미래는 흐리기만 합니다.

머지않은 시기에 치러질 총선에서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와, 여전히 낙인과 차별의 의해 작동하고 있는 불평등한 제도에 대해 올해 2020년에는 제21대 국회가 나서서 해결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도록 촉구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QUV는 사회의 부당한 차별에 연대하여 함께 저항하고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그리고 제13대 의장단은 무엇보다도 대학과 지역 성소수자 모임들의 의의와 활동이 앞으로도 지속가능하도록 더욱 긴밀한 의정활동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