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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경남도의회는 학생인권이 두려운가? - 경남도의회 교육상임위원회의 학생인권조례 상정 부결에 부쳐

경남도의회는 학생인권이 두려운가? - 경남도의회 교육상임위원회의 학생인권조례 상정 부결에 부쳐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 경남도의회 교육상임위원회는 학생인권조례 상정을 부결했다. 학생인권조례 반대자들은 으레 그렇듯 해당 조례가 "학생들을 문란하게 만들 것"이라거나 "학생인권이 보장되면 학생들이 교사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오랜 만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경남도의회의 압도적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않겠다고 선포했고, 결국 교육상임위원 중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부결되었다.

학생들의 인권이 지켜지면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말이 얼마나 우스운가. 비슷한 이야기들을 우리는 수차례 들어왔다.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면 경제는 성장할 수 없다", "여성과 성소수자 인권이 보장되면 사회는 인구재생산에 실패할 것이다"와 같은 말들. 인권이란 인간이라면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을 의미한다. 그 기본권을 침해해야만 사회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사회의 목적은 구성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데 있다. 따라서 노동자의 권익이 보장되어야 경제성장이 의미가 있고, 여성과 성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인구재생산도 의미가 있다. 마찬가지로 교육은 학생을 평등한 인격자로서 대우하고 차별하지 않으며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의미가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그 취지에 대한 제도적 선언이다.

반대자들은 여러가지 두려움을 털어놓았지만, 우리가 정말 두려워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반대자들은 학생의 성정체성을 존중하면 학생들이 문란해진다고 걱정하지만, 오히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성정체성을 부인당하는 환경 때문에 자신의 삶으로부터도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성적권리를 존중하면 무분별하게 성행위를 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스쿨미투가 증언했듯이 실제 학생들이 겪는 것은 온갖 성희롱과 성폭력이 횡행하는 성차별적인 현실이다. 교권이 추락한다고 하지만, 통계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대한민국 청소년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 더 걱정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본권 보장은 민주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것임에도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학생들을 마음대로 통제하고 짓누르는 등 존중 없는 교육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자 함일 것이다. 반대자들은 그것을 교권이라고 부르지만, 그들이 교권추락으로 언급하는 사건들의 이면에는 존중과 존엄을 충분히 학습할 수 없게 만들었던 교육환경이 존재한다. 숭실대학교나 한동대학교가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은 차별해도 된다고 명시적으로 선포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왜곡된 교육환경이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은 이 비뚫어진 교육환경을 바로 잡을 기회다.

교육상임위원회에서 상정이 부결되기는 했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전체 도의원의 3분의 1의 동의를 얻거나 의장이 직권상정하면 5월 24일 있을 임시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상정할 수 있다. 경남도의회는 총 58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34석, 정의당이 1석으로 소위 '범진보적인' 정당이 압도적이다. 촛불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우수수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학생인권조례를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도 경남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위해 힘껏 연대한다.

2019.05.16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