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언론보도

성소수자 강연 삭제 ‘세바시’…논란 일자 뒤늦게 영상 재공개

성소수자 강연 삭제 ‘세바시’…논란 일자 뒤늦게 영상 재공개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820837.html#csidxeda462b831c13138014878b79cbc0bc

 

이하 기사 전문

대학성소수자모인연대 큐브(QUV) 활동가인 강동희 씨의 세바시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 강연 모습.

시비에스 티브이(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이 일부 교회 집단과 교인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는 이유로 한 성소수자의 강연을 비공개 처리해 비판을 사고 있다. 세바시 강연에 참여했던 일부 연사들이 이에 항의해 “나의 동영상도 비공개 처리해달라”며 연대하고 나섰다.

세바시 쪽은 지난 25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대학성소수자모인연대 큐브(QUV) 활동가인 강동희(24)씨의 강연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를 비공개 처리했다고 밝히며 “강동희 씨 강연의 취지는 성소수자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과 그들에게 가해지는 언어적, 정신적 폭력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이 강연으로 인해 CBS가 한국 교회 일부 집단과 교인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국 교회를 기반으로 방송 선교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CBS가 세바시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거나 오해 받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아울러 “강동희 씨의 강연을 비공개 처리한 것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며 “오늘 구하는 용서를 통해서 세바시가 더 지혜롭게, 더 용기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세바시 강연자로 나섰던 연사들은 세바시 쪽의 조처에 항의하며 자신의 강연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작가 손아람 씨는 25일 오후 페이스북에 “세바시 제작진에 유감은 없고, 성소수자 섭외 결정 자체로 진심은 증명되었다고 생각하며,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며 “제가 대응 압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 부탁드리며, 역대 최단 기간 2만 공유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제 강연 영상 ‘차별은 비용을 치른다’를 함께 내려주셨으면 한다. 저도 성소수자다”라고 썼다. 손씨는 26일 올린 글에서도 “대한민국 정부 산하기관이 강사와 콘텐츠를 지목해서 의뢰하고 제작비까지 다 지원해서 만든 공익적 강연을, 영상 제작한 사기업이 마음대로 폐기할 권한이 있는 것일까? 그것도 사기업의-과거 모기업이-깊게 관련된-종교 단체가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라며 “채널을 사용한 콘텐츠 유통을 조건으로 계약했을텐데. 제작의뢰한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이 사실을 통보받았는지 궁금하다. 영상 삭제에 동의했을리는 없을 텐데. 그냥 하나님 아버지 가호를 믿고 저지른 건가. 어안이 벙벙해서 잠이 안 온다. 이 나라의 정부는 기독교였나”라고 지적했다.

모델 김지양 씨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가 세바시에 섰던 이유는 세상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외모, 신체적 특징, 성적지향 등의 이유를 막론하고 누구든 있는 그대로 아름다우며 존중받아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성적지향을 이유로 성소수자를 제외하는 처사에 다양성과 존중은 사라졌고,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이 무색해진 이상, 제 이야기를 세바시에서 더 이상 공유하기를 원치 않는다. 위의 처사에 매우 유감을 표시하는 바이며 460회 세바시 출연영상 게시를 중단해주시기 바란다”고 썼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선희 감독도 페이스북에 “차별과 폭력에 맞선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고 인권에 대해 전하고자 저는 세바시 출연을 감사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세바시가 더 이상 그런 공간이 되지 않음을 알고 안타깝고 속상하다”며 “차별의 증거가 되고 있는 곳에서 제가 전한 말들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되었다. 제 영상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썼다.

이은이 변호사도 “(강동희 씨와 함께) 강연을 했다. 세바시 강연을 준비하며, 강연을 하며, 가졌던 너무나도 뿌듯하고 그래서 과분하면서도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그날 강동희 씨는 강연자 중 한 분이었고 그의 강연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기회였다”며 “누가 뭘 평가하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것은 종교의 이름을 빌린다고 하더라도 폭력이다. 그의 강연을 비공개해야 한다면 저의 강연도 비공개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썼다.

세바시 쪽은 파장이 커지자 26일 오후 글을 올려 “차별과 폭력을 거부하기 위한 강연회를 열어왔던 우리가 거꾸로 저희를 믿고 강연해준 강연자와 그 강연에 공감해준 분들에게 차별과 폭력을 저질렀음을 고백한다. 다시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27일 정오께 올린 글에서 “강동희 씨의 ‘성소수자도 우리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 강연을 원래대로 공개한다”며 “세바시는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모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