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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EBS <까칠남녀> 폐지 인권침해·차별 국가인권위 진정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 심기용 무지개행동 집행위원&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활동가]


[EBS <까칠남녀> 폐지 인권침해·차별 국가인권위 진정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 심기용 무지개행동 집행위원&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활동가]

안녕하십니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심기용입니다.

은하선씨의 강제하차를 비롯하여 이로 인해 프로그램이 조기종영되고 폐지된 일, 그래서 다른 패널들이 방송을 통해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침해당한 일에 대하여 항의하고 바로 잡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자세한 시시비비는 아마 다른 발언자분들께서 더 상세히 발언해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나만 짚고자 합니다. 이 시대 성소수자 인권은 과연 기독교 혐오세력 때문에만 후퇴하는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계적 중립을 이유로 보편적 인권에 이해타산을 따지는 사람들에 의해서 성소수자 인권은 침해당하고 있으며 시한도 없이 밀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권 1년을 겪고,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NAP에서 성소수자 목록이 삭제된 자리에 종교계 이견을 극복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성소수자 인권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는 말을 본 다음의 지금 이 한국사회에서 "나중에"는 더 이상 보류의 의미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공감대는 너희들이 알아서 만들어와라. 너희들은 사회가 공감하지 않으므로 인간이 아니다. 그런 말입니다. 사회의 공공성을 책임진다는 명분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기관들이 헌법정신의 근반인 인간의 기본권을 두고 개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EBS의 은하선 강제하차라는 결정도 그렇습니다. 방송에서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하고 나서 은하선씨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온갖 성소수자 혐오발언들을 감내하고 있었습니다. EBS는 그런 차별과 혐오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에 대응하던 과정의 일들을 빌미 삼아 은하선씨에게 개인자질을 운운하며 하차를 통보했습니다. 역시나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문제를 봉합하는 치졸한 자세를 보인 것입니다.

한국이 기본권 문제를 방임하고 있다는 것은, 유엔UPR에서 전환치료는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므로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는 한국의 입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확실하지 않습니까. 나중은 없습니다. 저는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화계약론자들의 설명에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종교와 정치를 분리한다는 헌법에 의해 권력이 사용되는가 한없이 깊은 의문을 품게 됩니다. 사회의 공공성은 어디 갔습니까? 이 사회는 성소수자는 성소수자임이 밝혀지면 방송 출현조차 어렵고, 종영을 앞둔 프로그램에서조차 하차해야 합니다.

까칠남녀 성소수자 편이 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 분명 까칠남녀는 훌륭한 기획이었고, 성소수자 편은 모든 국민에게 뜻깊은 방송이었습니다. 그러나 개별 위인들이 훌륭한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EBS에게 요구합니다. 안전한 환경을 만듭시다. 인권이 지켜지는 방송을 만듭시다. 혐오와 차별에 손들어주지 맙시다. 민주주의 사회의 공영방송으로서 본분을 지키십시오. 나중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우리에게 나중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