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사회대의 열린문 배제 사태, 학생자치의 자율성 회복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난 4월 초, 전북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열린문이 전북대학교 사회대 학생회에서 동아리 자격을 박탈당했다. 사회대 학생회는 열린문이 회원명부를 제출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동아리 등록을 취소했다는 입장이다. 사회대 회칙에는 명부제출을 대체할 수 있는 근거가 있지만, 그럼에도 사회대는 학교가 인정하지 않는다며 열린문의 대체서류를 반려했다. 주거형태를 묻거나 성소수자 모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성별을 묻는 등 과도한 정보를 요구했던 사건도 행정실이 요구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가’, ‘행정실이’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입장 속에 전북대 사회대 학생회의 주체적인 의견은 어디에도 없다. 주어 은는이가 앞에 자신 있게 스스로를 위치시키지 못하는 전북대학교 사회대 학생회는 과연 학생자치기구로서 자격이 있는가?


문제의 핵심은 사회대 학생회가 성소수자 모임 활동을 위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열린문 또한 동아리 일반에 회원명부를 요구하는 일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대로 열린문이 익명성을 이유로 배제당하기만 하고 넘어간다면 이후 전북대 사회대 내에서 성소수자들은 어떤 활동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학생사회는 책임 있는 운영과 활동을 위해서 명부를 필요 요건으로 삼을 수도 있다. 반면 성소수자로서 명부를 작성하고 공개하는 것 자체가 큰 위협이 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여러 대학의 학생사회는 그런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한 대안들을 고민해온 바 있다.


최근 성균관대학교 중앙동아리연합회는 동아리 인준 절차를 개선하여 동아리 명단을 공시하지 않기로 하였고, 퀴어홀릭은 중앙동아리 등록을 위해 학생들의 서명을 받아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동국대학교 큗의 경우 앨라이 모임을 형성하여 회원명부를 제출하고 있는데, 이조차도 형식적인 제출이고 명부는 열람할 수 없고 동아리활동 경력에도 남지 않도록 약속되어 있다. 앨라이 모임을 통해 명부를 제출하는 경우로는 이외에도 중앙대학교 레인보우피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큰따옴표 등의 사례도 있다. 고려대학교는 사람과사람 대표의 신상만 공개하고 아웃팅 우려로 명부를 제출하고 있지 않으며, 연세대학교 컴투게더는 일부 정보를 가림으로써 익명 처리하여 형식적인 서류제출로 갈음하고 있다. 학교 때문에 안 된다거나 학생회는 어쩔 수 없다는 전북대 사회대 학생회의 변명과 다르게,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와 다른 동아리들이 협력하여 어려움을 극복해왔던 학생자치의 사례가 이미 한국에 존재하고 있다.


작년 전북대 사회대 학생회가 회칙 일부를 수정하면서 열린문을 동아리로 승인했던 것도 성소수자 모임과 공존하기 위한 자치적인 노력의 일부였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전북대 사회대 학생회는 스스로의 노력을 짓밟아버렸다. 물론 지난 3월 충남대학교의 총동아리연합회가 충남대 학생들이 성소수자 인권 의식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성소수자 동아리 레이브의 가동아리 신청을 거부한 말도 안 되는 사건만큼이나 직접적인 수준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북대 사회대 학생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높은 문턱을 일방적으로 외면하거나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페이스북과 오프라인 학생 모임 등을 통해 성소수자 차별적인 언행이 자행되거나 열린문 활동 회원들의 정보들이 무작위로 유출될 때에도, 전북대 사회대 학생회는 그것이 성소수자들에게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거나 내부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긴급한 대처를 보여주지 않았다. “무분별한 비난”에 억울하더라도 할 것은 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사회대 학생회가 열린문과 성소수자 일반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들"에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방관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기까지 한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위협과 차별이 영원할 거라고 믿지 않는다. 전국 61개 대학 67개의 성소수자 모임들이 연대하여 QUV를 구성하고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바로 그것들을 깨부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학 성소수자 모임들은 대학에 대안적인 공간을 형성하고 교류하며 대학 내에서의 위협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가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처음부터 실명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동아리 내에서 본인을 공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때로는 친구들, 나아가 학내와 사회에 드러남으로써 스스로를 가시화하고 있다. 언젠가는 성정체성이라는 정보가 개인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는 전국의 학생자치기구들이 성소수자 구성원들과 함께 더욱 뛰어난 지혜를 발휘해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


전북대학교 사회대 학생회에 성찰과 더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변명은 그만하면 됐으니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단과대 내 성소수자 학우들에게 더 낮은 자세로 사과하라. 그리고 적극적으로 단과대 안과 전북대의 성소수자 구성원에 대한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하라. 그것이 학생자치기구로서 학생회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다.


#퀴어는_열린문


2018년 4월 28일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Posted by QUV QUV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