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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QUV 성명] 새로운 정부는 성소수자 평등의 문을 열어라

[새로운 정부는 성소수자 평등의 문을 열어라]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촛불 대선의 결론으로 자리매김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보수 정권의 적폐를 청산할 것과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을 선언했다. 새 대통령의 선언을 환영하면서도, 많은 성소수자들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토론에서 밝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입장은 이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를 대변하고 재생산하는, 새 시대에는 한참 부족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 이후에도 여전히 성소수자 차별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이 원하는 통합과 공존에 과연 성소수자가 포함되는지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만들어가려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개인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성적 표현에 따라 차별을 받거나 배제를 당하지 않는 사회이며, 이는 숱한 좌절과 패배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선배 성소수자들이, 그리고 우리가 일관되게 추구했던 나라이다. 자유와 행복 추구를 보장하는 헌법에 따라 우리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스스로 구성할 권리가 있고, 그 누구도 정당한 권리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반대할 수 없다. 그리고 공적 영역에서 성소수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형태로 차별이 발생한다면, 피해자는 법으로써 구제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당연한 일 아닌가? 우리가 우리로 살아가기 위하여 나라가 나라다운 역할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아직도 많은 성소수자는 개인과 가정, 국가 기관을 포함하여 온 사회로부터의 실체적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육군 A 대위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아직까지 구속되어 있으며, 학교에서는 성소수자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성교육 표준안으로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전환 치료라는 무도하고 끔찍한 고문은 종교인들의 손으로 자행되고 있으며 이성애 중심적인 미디어는 오늘도 동성애를 멸시나 조소의 대상으로 묘사하고 있다. 법무부는 성소수자 인권 재단의 설립을 불허하였고, 여성가족부는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회귀시켜 성소수자를 배제하였다. 왜곡된 정보와 신념들 때문에 성소수자들은 가정으로부터 내몰리고 심한 경우 감금당하고 감시당한다. 도대체 성소수자 인권에 나중이 어딨는가?

우리가 직면한 혐오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논의하는 것 그 자체를 반대한다. 혐오세력은 비합리와 비상식을 무기로 삼아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차별과 반인권의 선봉장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세력도 설득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오라던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원칙과 상식에 입각한 정치를 펼치기 바란다. 단호하게 인권의 편에 서서 성소수자의 서러운 눈물을 닦고, 상식의 편에 서서 합리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그동안 피상적인 정치 셈법을 통해 혐오의 나팔수로 굴어왔던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도 각성하여 인권과 상식의 대오에 함께하기를 요구한다.

성소수자들에게 이 정권이 <당신들의 천국>이 되지 않게 하라. 촛불은 이 정부가 성소수자 차별을 종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해왔다. 성소수자도 국민이다. 대한민국이 성소수자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우리’나라가 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취임사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이제 정말, 더 이상의 나중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성소수자 단체들과 소통을 시작하라.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한 정책들을 마련하라. 이는 결코 나중이 아닌, 바로 지금의 시대정신이며 촛불민심의 준엄한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