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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성명, 논평, 발언문

[QUV 성명] 누가 죄인인가 - 육군의 동성애자 병사 색출 수사와 인권 침해 규탄 성명


누가 죄인인가


우리는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다. 전국 400여개 대학 일곱 개 중 하나에는 우리 연대 모임이 있다. 20여개 대학사회에 공식적으로 존재를 인정 받았으며, 지금까지 여섯 명의 학생 대표자를 배출하였다. 우리는 어디에나 있어 왔고, 계속 존재한다. 더 많은 이들을 엮어내고 연대할 것이다. 대학사회 안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고민하는 동지들은 단지 우리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제 아무리 외면하고 싶어도 성소수자가 평등한 사회구성원이라는 합의가 시민사회에 존재함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사회구성원을 수호하겠다고 존재하는 군대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 일어났다. 성소수자들은 ‘색출’되고, 존재 자체를 죄라고 규정당했다. 육군은 UN에서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는 이른바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 조항을 근거로서 당당히 내세웠다. 육군은 동성애자로 의심되는 수십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잠입수사를 통해 일일이 동성애자임을 검증하여 색출했다. 취조를 통해 체위나 포르노 성적취향이나 물으며 서로를 아웃팅하게 만들었다. 인권이사회 이사국에서 일어났다고는 믿을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선거 때는 수많은 부도 수표들을 남발하며 청년의 지지를 애타게 부르짖다가도,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는 정치인들에게 말한다. 군대 문제야말로 당신들이 그토록 위한다던 청년들의 일이 아닌가. 그런데 군대에 청춘을 바치고 있는 이들의 인권은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 청년에게 표를 호소할 때는 성소수자라고 해서 가려받진 않았던 듯한데, 보편적 인권 보장에 있어서는 왜 이토록 열외인가. 군대에 간다 하여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완전히 포기하고 반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과한 요구인가. 규율한다 하여도 차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규율받겠다는 것조차 과한 요구인가. 차별을 없애면서도 성범죄를 엄격히 규율할 수 있다는 것이 그토록 이해하기 어려운가. 뭐가 그리 어렵길래, 이 간단한 것을 해내지 못하는가.

우리는 국방부에 당장의 시정을 요구한다. 그리고 앞으로 정권을 잡으려는 이들에게 요구한다. 동성애는 죄가 아니다. 혐오와 차별이라는 진정한 죄를 색출하라.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의 로드맵을 밝히고, 군대에 간 우리 친구들이 남들과 동등하게 대우받을 것을 약속하라. 그리고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군 장병이 지금보다 더 존중 받을 것이라고 약속하라. “가만히 있”지 않아도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면,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나중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 한 표가 아쉬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지켜보고 있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